[사설]

'수록(隨錄)' 8쪽 '陰城通文'. 음성통문은 충북에서 발견한 최초의 통문이며 조선말 항일의병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다.
'수록(隨錄)' 8쪽 '陰城通文'. 음성통문은 충북에서 발견한 최초의 통문이며 조선말 항일의병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다.

지난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조선 말 항일의병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가 중부매일 지면을 통해 공개됐다. 1895년 10월 8일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을 침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1월 항일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며 음성군의 유학자들이 작성한 '음성통문(陰城通文)'이 소개된 것이다.

통문은 공동의 관심사를 돌려보던 통지문을 일컫는 것으로 현재까지 충북에서 발견된 통문 중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 통문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음성통문은 일제의 감시 하에 명성황후 시해 4개월 만에 통문을 돌리며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당시 충북 유림들의 항일의식과 활동기록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들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대성통곡하며, 분노와 나라 걱정하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 항일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음성통문은 한지에 먹물로 직접 쓴 필사본인 '수록(隧錄)'이라는 책자에 담겨 있는데 이 책은 앞 표지 외 35쪽 분량이다. 이 책에는 관동의장 이필희 격문과 지금의 경북 안동시, 진주시에 돌린 통문, 고종 21년 소매를 좁게 하라는 의복 변경령에 대한 내용을 서당 동학들에게 알려주는 갑신변복령 후 시서사제자(甲申變服令後 示書社諸子), 문행충신설 등이 담겨 있다. 음성통문은 8페이지에 수록돼 있으며, 통문을 재차 돌린 5~7쪽 '재통'도 눈에 띈다.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것은 낱장으로 받은 통문을 베껴서 책으로 엮어 후대에게 이를 알리고자 했다는 점이다. 일본 경찰이나 조선 정부의 관리들에게 발각되면 큰 화를 당할까 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문건을 임에도 불구하고 필사로 엮은 그 용기와 애국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분오열하는 지금의 세태를 반성케 한다.

음성통문 작성을 주도한 발기인은 전군수 박해륜, 진사 안병희, 성규용, 남조영, 어재운, 반기홍, 반장주, 반종우, 최정묵, 최계영, 이학재, 이희경, 박신영, 안영수, 성재상 등 총 15명이다. 이들은 당시 음성지역에 거주하던 유학자와 지역 유지들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연구가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고 눈길을 모으는 것은 반장주, 반종우, 반기홍이 태어난 마을이 음성군 원남면 보천리라는 점이다. 반기홍은 반기문과 같은 항렬이다.

따라서 원문 찾기와 함께 반기문평화기념관에 음성통문에 대한 코너를 신설해 선조들의 절절한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 반기문평화기념관은 UN 정신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업적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리더들이 될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기위해 건립된 공간이다. 이 곳에 음성통문을 돌리며 항일투쟁을 몸으로 실천했던 자랑스런 우리 지역 선열들의 숭고한 자주독립 정신을 더한다면 그 의미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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