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8월 중순 열흘 사이에 일곱 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 다섯 권이 기독교 관련 책이다. 《감리교는 무엇을 믿는가》, 정지련 《조직신학》, 《감리회 신앙생활》, 《존 웨슬리의 신학》, 《웨슬리안 조직신학》 등이다. 다소 얇은 책도 있고, 두꺼운 것도 있다. 국내학자가 쓴 것도 있고 외국 학자가 쓴 것도 있다. 사자마자 읽은 것도 있고, 수년 전에 사놓았다가 이번에 읽은 것도 있다. 대부분 내가 몸담은 감리교 교리와 관련된 것이다.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지난봄 다시 시작한 교회 '믿음학교'라는 교리공부 과정을 진행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리뷰 하기 위해서다. 내가 믿는 기독교, 그중에서도 감리교 교리와 신학에 대한 것을 재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른 살 미국 유학 때부터 기독교 교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기독교 신학 관련 책자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초등시절부터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아는 게 없었다. 어느 날 집에 심방 온 교회분들과 구원받는 믿음에 관해 얘기 나누다가 의문이 풀리지 않아, 공부하고 싶어졌다. 기초적인 교리 책부터 시작해 두꺼운 책까지 공부하며, 은혜 체험도 많이 하고 삶의 목적도 바뀌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 귀국해 계룡대 교회 신우회 교사로서 내가 공부한 교리를 몇 년간 병사들과 나누면서 공부를 이어갔다. 그 후 고향에 돌아와 1회 6개월씩 교리와 교회 생활에 관해 교우들과 나누면서, 감리교 창시자 웨슬리 신학에 관한 것도 읽었다. 장로교의 고전적인 벌코프 《조직신학》부터 출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루뎀 《Systematic Theology》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의 많은 조직신학 책을 읽으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특히 교회에서 14년간 25회에 걸쳐 위 '믿음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담임이던 고 한영제 목사님의 저서 《믿음의 길》 책을 수십 번 읽고 나눠 왔다.

이렇게 공부하고 나누면서 삼위일체 하나님, 인간, 죄, 구원, 교회, 종말 등에 관해 알게 되고, 구원받은 자답게 살기를 소원하며 여기까지 왔다. 문제는 내가 사는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교만해졌다. 최근 담임목사님의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후임자를 구하는 소위 청빙 과정에서 수많은 부딪침이 있었다. 결과는 잘 되었지만, 내 경험과 상식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푸는 과정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회개하고 있다. 이럴 때 더 많이 기도해서 마음의 짐을 털어놓고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삶이 새로워져야 함을 안다. 정작 행위는 따르지 못한다. 내가 먼저 손 내밀어야 함도 안다. 그런데 마음과 몸이 따르지 않는다. 참으로 부끄럽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마침 주말 외지에 가는 차 안에서 들은 설교가 나를 울린다.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드셨다고 성경은 말하는데, 그 형상이란 모양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속성, 그 거룩함을 따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아가야 한다. 거룩함은 피조물과 구별되는 조물주만의 특성으로서 아무런 잘못이 없고, 실수도 없는 완전무결한 하나님의 속성이다.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 우리도 닮아갈 수 있다. 시기, 질투, 욕심 등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배척(唾棄)해 나가면 된다. 하나님 형상을 닮아가고 세상이 나아질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살아계심을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 참으로 울림이 컸다. 조직진학 책을 수십 권 읽고, 어떤 것은 거의 암기할 정도이고, 성경도 수십 번 읽었다고 잘난 척 한 내가 부끄럽다. 지행합일(知行合一). 아는 대로 살아야 한다. 대학 시절부터 좋아하던 성구가 머리를 때린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야고보서 2:14-18)." '네가 사는 모습을 보니 나도 예수 믿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늦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8월의 끝에서 새롭게 깨닫는 단순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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