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순빈 푸른도시사업본부 산림관리과 주무관

누구나 각자의 기억 속에 남는 광고 문구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문구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바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이다. 1984년 유한킴벌리에서 환경캠페인으로 시작해서 40여 년간 지속하고 있는 이 캠페인을 통해 숲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게 되었기에 산림을 지키고 가꾸는 업을 수행하는 나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림에 대한 이런 인식이 산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때론 많은 애로사항이 되기도 한다. 그 애로사항은 산림은 절대 훼손하면 안 된다는 '민원'이다. 산림보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깃든 이 '민원'은 우리가 산림을 개발하고 가꾸는 데 있어서 역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가 될 때도 있다.

전국의 수많은 산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목재의 83%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울창해진 산림은 등산로가 아닌 이상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고 나무들이 마구 뒤엉켜 자라나면서 서로 경쟁을 하느라 똑바르고 큰 나무가 많지 않다 보니 목재로 활용할 쓸모 있는 나무가 많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산림을 관리하는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를 하는 것처럼 산림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가꾸어 줘야 쓸모 있는 목재가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나무로 가꾸기 위해서는 이른바 키워야 하는 나무들을 제외하고 잡목들을 제거하여 곧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청주시에서는 이런 관리를 위해 장비와 인력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임도를 개설하고 나무를 벌채하고 다시 조림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숲을 가꾸는 일련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숲을 가꾸는 사업을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예상치 못한 데 있다. 산림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 어린 '민원'이다. 산에 길을 내고 나무를 베어낸다고 하면 그 자체로 산림훼손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개발(?)에 따라 산림 재해를 유발한다는 것과 생태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산림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시각의 측면으로 인해 산림을 마냥 방치하고 바라만 보기에는 전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의 활용과 경제성 측면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다시 멀쩡한 나무를 베어 낸 죄로 시민들에게 따끔하게 혼나가면서 산림을 관리하고 개발하기 위해 애정 어린 민원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일련의 합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순빈 주무관 푸른도시사업본부 산림관리과
최순빈 주무관 푸른도시사업본부 산림관리과

한 분 한 분의 애정 어린 민원을 숲을 가꾸는 사업의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로 바꾸는 고민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이런 고민과 노력이 우리의 산림사업의 신뢰와 공공성을 회복하고, 산림을 품격있는 자원으로 육성하고 가치를 향상시키는 일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강산을 푸르게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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