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안세훈 상당교회 부목사

'분노 수업'이라는 책을 보면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가 그의 할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지내면서 매일같이 돌렸던 물레 이야기가 나온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는 어린시절을 남아프리카에서 보내면서 또래 아이들로부터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리고 인도로 넘어와 할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 지내면서도 또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자주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늘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걸핏하면 아이들과 싸우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손자 아룬 간디를 불러서 같이 물레를 돌려 실을 자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분노할 때마다 물레를 같이 돌렸는지, 그 이유를 어느 날 마하트마 간디가 그날도 물레를 같이 돌리면서 손자 아룬 간디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마하트마 간디하면 차별과 폭력이 만연했던 당시 인도에서 비폭력 정신으로 살았던 사람, 그래서 인내심 강하고 사람 좋은 선한 이미지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실제로 손자 아룬 간디가 할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에게 들었던 그날의 이야기에 의하면, 마하트마 간디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매일 화가 나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었는지, 신혼 초기에 아내랑 그렇게 매일같이 싸웠다고 한다. 그것도 거의 일방적으로 간디가 화를 냈는데, 그런데 그렇게 간디가 화를 낼 때 놀랍게도 간디의 아내가 똑같이 화로 맞대응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너무도 차분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부부싸움으로 번질 일이 아내의 그 태도로 인해 평화롭게 해결이 되는 것을 간디가 경험을 했던 것이다.

그 경험 이후 간디는 자신이 화를 낼 때 보여주었던 아내의 태도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분노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큰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차별받는 그 인도 땅에서 화가 날 때마다, 분노할 때마다, 자기 아내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고 차분해지기 위해서 집에서 물레를 돌린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내 안에 생기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에너지를 물레 돌리는데 쓴 것이다.

그리고 이 물레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당시에 영국이 인도의 모든 옷감 생산을 지배하면서, 인도 국민들을 고용해서 옷감을 생산한 후 그 옷감을 다시 비싸가게 인도 국민들에게 되팔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인도 사람들은 일은 일대로 했지만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넝마를 걸치고 살았던 것이다. 이런 불의에 비폭력으로 대항하고자 간디는 직접 집에서 물레를 돌려 옷을 만들어 입고, 이웃에게도 나눠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분노 에너지를 사랑 에너지로 바꾸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물레였던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흉기 난동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태를 바로 잡기 위해 경찰이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과잉 분노의 동인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우리 사회는 2015년부터 꾸준히 사회 불만에 의한 우발적 살인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비단 '묻지마' 흉기 난동의 분노 문제 뿐만이 아니라, 분노에 의한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며 사회 이곳저곳에서 분열과 반목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 우리들에게도 마음 안에 물레가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풀리지 않는 인생, 억울한 일들, 보이지 않는 미래, 그러나 사회는 아직도 불평등하고 나만이 불행한 듯 느껴지는 이 모든 분노할만한 상황들 가운데에서, 그래도 잠깐 잠깐 우리에게 평정심을 유지하게 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물레 하나가 우리의 마음과 삶 속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분노에너지가 폭력에너지가 아니라, 사랑에너지로 건강하게 변화되고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안세훈 상당교회 부목사
안세훈 상당교회 부목사

"당신 안의 분노 덕분에 당신이 사랑과 진실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그 분노를 지혜롭게 하용하십시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우리 사회가 분노로 인한 폭력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진실의 해결책을 찾고 건강한 사회로 변화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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