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갑질 사례들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잘 알려진 웹툰 만화가의 특수교사에 대한 고소 사건으로 한참 시끄럽더니 다른 부처도 아닌 교육부 사무관의 '왕의 DNA'로 세상 사람들의 혀를 차게 만든 갑질 사건까지 알려지며 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5~60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학교 폭력으로 교사의 폭력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손찌검은 흔한 일이고 중등학교에서는 대걸레 자루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교사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복장이 불량해서, 숙제를 안 해서, 시험 점수가 낮아서, 지각해서, 결석해서, 심지어는 태도가 불량해서라는 이유로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어떤 학부모는 자식을 때려서라도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시절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존경할 만한 선생님도 많았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과 같다는 군사부일체를 강조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개인의 인권이 강조 되면서 학교에서 교사의 폭력은 사라져 갔다.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근로자로, 지식 전달자로서 역할을 한다고 보는 시각이 늘어만 갔다. 또한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통해서 특정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등쌀로 사교육 시장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교육 시장 규모가 26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2조5천억 원이 늘어서 10.8%의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의 사교육비 지출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되고 있다. 부유층과 지도층일수록 사교육비의 규모와 참여율이 높았다. 원하는 대학의 입학은 공교육을 통해서 가능한 게 아니라 비싼 학원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일반화 되었다. 학원에서 학생의 인권이 더 잘 보장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학생이 학원 선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 또한 듣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니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무시하고 갑질을 해대는 것이다. 교육부는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정도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가는 것은 공교육의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소위 서울의 대학 출신 카르텔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입시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에는 공교육의 재건은 요원한 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청소년들이 헛심만 낭비하고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정의로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데 걸림돌들로 작용할 뿐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교사들을 가해자로 보는 법률과 조례로 학생과 학부모가 무질서와 갑질을 행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 준 정치권과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교사는 갑을 관계에서 무조건 갑이라는 인식 하에 만들어진, 시대적 변화를 살피지 않는 법률과 조례인 것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은 상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교권이 마치 교사의 권한인양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교사의 교육할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인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법률이나 규정이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는 그 부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민식이법을 놀이의 수단으로 삼아 횡단보도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사진을 보고 놀랐고,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성인 남성을 신고해서 무고하게 고초를 겪었다는 뉴스를 보고 개탄한 적이 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지금 우리 사회의 이러한 혼돈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무질서와 법률 위반의 내로남불적 태도로부터 만연되고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질서가 바로 서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변화시키길 원한다면 정치권이 바로 서야 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진정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다 같이 존중되는 그러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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