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선화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2014년 개봉된 영화'Her'주인공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작가이다. 타인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은 아내와의 별거와 이혼을 준비하는 환경에서 사회와 고립되어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 프로그램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가상의 프로그램인 사만다로부터 정서적 위안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점점 더 사만다에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사만다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별은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지만, 실제 현실 세상에서 관계 형성을 못 하고 가상의 세상에서 편안함과 위로를 받는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 같아 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상에서 인공 프로그램으로 인해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고 고귀한 경험과 나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의 가치를 고민하게 하기엔 너무나도 충분했다.

가상의 운영프로그램인 사만다가 현실의 인간보다 더 공감과 위안을 주고, 한 상처받은 인간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며 '반려'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짝이 되는 동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하는'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면 사만다는 충분히 '반려 AI'로 불릴 만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사만다'만큼의 반려 AI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자손들이 없거나 자손들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외로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정신적인 위로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반려'의 존재가 있다면 지금의 어르신들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의 현실에 대한 인지 저하로 인해 식사 및 복약 지도 등이 어려운 경우 생활 관리를 돕고, 맞춤형 대화를 통해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말동무 역할을 해 준다면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움직임이 없을 때 미리 설정해 둔 연락처로 자동 연락이 가도록 조치를 해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면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좋은 방법이다.

인사이동 전에 필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AI를 담당했고 올해 상반기에 20명의 어르신께 AI 반려로봇을 대여해 드렸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어르신들이 생활하는데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점점 AI 반려로봇의 도움 영역이 커나갈 것이다.

내가 했던 업무는 지역 내 어르신들에 대한 작은 일이었지만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불편한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박선화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박선화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이 AI 반려로봇을 통해 잠시라도 외롭고 쓸쓸한 삶에서 존중받고 공감받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시길 바란다. 또한,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편안한 생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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