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병찬 청주시 서원보건소 공중보건의사

"부병찬님 헌혈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는 매 격주마다 헌혈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대학생 때 봉사시간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헌혈을 하다 보니 헌혈증이 차곡차곡 쌓였다. 어느 날 아버지의 심장이 안 좋아져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수혈이 필요하다 하여 헌혈증을 드렸었다. 그리고 피가 필요한 사람들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타인뿐 아니라 나와 내 주변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헌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헌혈은 심장병의 위험을 줄이고 적혈구 생산을 자극한다. 또한, 헌혈을 하기 전 맥박, 혈압, 헤모글로빈 수치 등의 신체검사와 내 혈액에 대한 검사도 같이 시행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혈류의 흐름을 개선할 수도 있다. 미국 역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혈액 기증자들은 심장마비 위험률, 뇌졸중, 암 발병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즉,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기증자 본인의 삶 역시 살리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헌혈률은 2010년 5.39%에서 차츰 늘어났으나 2015년 6.09%에서 2016년 5,64%, 2018년 5.58%, 2019년 5.38%, 2020년과 2021년 5.04%, 2022년 5.15%로 7년 동안 꾸준히 감소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2020, 2021년의 헌혈 실적이 부족했음을 감안해도 매년 헌혈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헌혈 가능인구 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약 45,천명 정도 씩 헌혈인구 수가 감소하고 있다.

'생명은 사고팔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윤리에 기반해 국제사회는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혈액의 상업적 이용 배제 및 자급자족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도 국내 필요 혈액은 국민들의 헌혈로 충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에게 직접 혈액을 투여하는 수혈용 혈액은 100% 국내 헌혈로 자급하고 있으나, 의약품 제조를 위해 필요한 혈장은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수혈용 혈액은 자급하고 있으며, 의약품 제조에 사용하는 혈장은 국내 및 해외 수입 혈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환자를 살리는 혈액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헌혈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농축적혈구는 채혈 후 35일, 혈소판은 5일간 수혈이 가능하다. 즉,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을 늘 유지해야 한다. 혈액은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 수가 없다. 혈액을 구하는 방법은 사람의 헌혈뿐이다. 따라서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부병찬 청주시 서원보건소 공중보건의사
부병찬 청주시 서원보건소 공중보건의사

우리는 언제든 수혈받을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전체적인 헌혈 건수가 감소하자, 환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해야 하는 지정 헌혈의 어려움이 증가했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다. 시간이 난다면 피가 필요한 환자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헌혈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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