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흥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완화와 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시작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세종시 신도심)의 특징 중 하나가 '환상형 도시구조'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고리모양의 대중교통도로를 중심으로 행정, 교육, 의료 등 6대 주요기능과 22개 기초생활권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원활한 교통흐름을 도모하고, 균형발전이라는 도시의 철학도 함께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환상형 도시 중심부는 시민들이 공유하며 휴식하는 공간과 미래수요에 대응하는 유보지로 남겨두었다. 올해는 이러한 구상을 행복도시 건설기본계획으로 확정하고 도시건설에 착수한 지 17년이 된다.

그동안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을 마치고 인구유입이나 건설공정이 도시완성 목표대비 60%를 넘고 있는 2023년 9월 현재, 인구의 70%가 간선급행버스(BRT)에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중심개발이 진행됐고, 도시 중심부는 공원을 제외한 계획적 개발이 유보되어 당초의 환상형 도시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2021년부터 도시건설 3단계 중 마지막 단계로 접어든 행복도시가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 것은 국회세종의사당(2021년 10월 국회법)과 대통령 제2집무실(2022년 6월, 행복도시법)이라는 양대 국가중추시설 설치 결정이다. 지난해 4월 국회사무처에서 선정한 국회세종의사당 예정부지는 당초 환상형 도시구조의 중심부로서, 유보지 성격으로 남겨뒀던 세종동 일원에 새로운 기능이 주어진 셈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실질적 행정수도로 도약하기 위해 2021년부터 행복도시 최상위 법정계획인 건설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의 전면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계획변경의 핵심은 도시건설의 기본방향을 실질적 '행정수도 건설'로 명시하고, 국가중추시설이 입지하는 도시 중심부를 '열린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환상형 도시구조의 정체성은 어떻게 새로 정의하고, 또 행정수도를 완성하게 될 '열린공간'의 조성과 관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첫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몰, 호주 캔버라의 트라이앵글, 캐나다 오타와의 팔리아멘트힐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대한 공원 속에 국회, 행정부 수반 및 정부부처가 인접해 자리잡고 있다. 행복도시의 열린공간 또한 국립수목원, 중앙공원, 국립박물관단지와 연계해 국가 입법·행정·문화기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면 효율적인 국정운영은 물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가적 관리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의 행복도시법은 도시건설 방법과 절차에 한정돼있어 도시가 단계적으로 완성되어감에 따라 도시 관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현행 특별관리구역 제도를 활용해 국가주요기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있는 계획과 개발, 관리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워싱턴 D.C의 내셔널몰와 같이 건설완료 이후를 대비한 추가 입법을 통해 체계적인 국가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도시계획과 앞으로의 건축계획이 서로 조화돼야 한다. 각종 업무, 주거 등 국가중추시설에 필요한 기능은 환상형 개발축 도시 6대 기능을 통해 유기적으로 지원하고, 원수·전월산으로부터 중앙공원을 거쳐 금강에 이르는 생태경관축 또한 열린공간 내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별 건축에 앞서 열린공간 일대를 아우르는 통합마스터플랜 수립을 선행하여 추진하는 이유다.

김흥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김흥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행복도시 '열린공간'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앞으로 발전가능성과 미래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행복청은 '열린공간'에 대한 조성 기본방향이 포함된 행복도시 건설 기본계획 변경을 연내 완료하고 국회와 협의해 통합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탄생한 행복도시의 중심부 '열린공간'이 행정수도를 완성하고 시민들을 넘어 전 국민,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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