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저녁 하늘에 슈퍼문이 떴다. 27일 청주 우암산 위로 떠오른 슈퍼문은 올해 보름달 중에서 가장 작았던 지난 3월 6일에 비해 약 14% 더 큰 보름달로 이 같은 슈퍼문이 추석에 뜨는 건 18년 만의 일이다. /김용수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저녁 하늘에 슈퍼문이 떴다. 27일 청주 우암산 위로 떠오른 슈퍼문은 올해 보름달 중에서 가장 작았던 지난 3월 6일에 비해 약 14% 더 큰 보름달로 이 같은 슈퍼문이 추석에 뜨는 건 18년 만의 일이다. /김용수

아직 한낮 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문턱. 가을은 들판의 곡식이 알알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풍요를 상징하는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중추절·가배·가위·한가위라고도 한다. 오랜만에 모여 앉은 가족들에게 부모님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며 덕담하시곤 한다. 아무리 힘들고 배고픈 때에도 추석만큼은 넉넉했다. 양손 가득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고 조상에게 성묘한다. 누구나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그런 명절이다.

그러나 올 추석은 그리 넉넉하지도, 평성하지도 못할 듯 싶다. 서민들은 심상치 않은 물가에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추석 연휴 차례상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문제는 아직도 물가가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올여름 유독 심했던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사과가 30.5%, 배추는 4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21.1%나 오른 상태다. 무더운 여름을 겨우 지나온 싶은 일반 가정에서는 갑절 수준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국제유가는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금지, 사우디아라비아 OPEC+ 감산 지지 등의 요인으로 상승세다.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0.9달러 오른 배럴당 94.4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로 따라 국내 기름값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정치권은 이념싸움에 매몰돼 있다. 경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커져 가지만, 정치권은 연일 폭풍전야를 방불케 한다. 물가안중을 위해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정쟁으로 허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처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연기, 이로 인한 35년 만에 사법부 수장의 공백 현실화 등 정치권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가히 이 정도면 국민을 희롱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유독 올해 심했던 폭우, 폭염 끝에 맞는 추석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첫 추석이다. 한동안 잊었던 명절의 따스함을 다시 느끼고, 명절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사실상 첫해라는 의미다. 올 추석 밥상에는 '정치'라는 단어가 올라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거두어들인 결실에 감사하며 가족, 이웃 간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힘들어하는 상대에게 위안을 주고, 모든 이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염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우리의 오랜 덕담, 이제는 추석 연휴에만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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