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추석이 지났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도 두 달 반가량 흘렀다. 충청북도는 9월 26일 오송컨벤션센터에서 미호강 치수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간담회 참석차 오송읍에 들어서는데 궁평지하차도 진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아렸다. 그동안 의회와 언론, 여러 기관들이 포럼, 토론회, 회의를 주관하며 재난 대책에 관한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하였다. 미호강 범람에 관심을 집중해 왔던 필자로서는 치수대책 간담회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치수대책에 관하여 매우 진지하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었다. 끔찍한 사고와 피해를 반복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 두 가지 견해가 우려로 다가왔다. 하천준설과 수복제거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준설사업은 하천의 바닥을 파서 통수 단면을 넓히자는 것이다. 제방 붕괴 지점이 물의 흐름이 병목되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상을 파내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적이 일어나 원래의 형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미호강은 모래하천이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준설사업은 임시방편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통수 단면을 넓히기 위해서는 하상을 낮추는 것보다는 하폭을 넓히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목을 제거하자는 방안도 좋은 대안은 아니다. 생태적 가치나 환경적 기능은 논외로 하자. 하천의 식생은 수량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게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통수를 원활하게 하고자 실시한 수목 제거와 하도 직강화가 홍수를 가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수령이 어느 정도 된 높은 키의 나무는 유속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그늘과 풍광을 제공하여 친수공간으로서 가치를 높여준다. 그러니 수목을 전부 제거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천의 수목도 여건과 기능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치수대책은 무엇인가? 미호강의 범람을 초래한 실질적 원인을 해결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미호강유역협의회 공동조사단이 확인한 제방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존제방의 불법적 훼손과 임시제방의 부실시공 때문이었고,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미호천교 부근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었던 하폭 확장사업이 지연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은 하천기본계획에 의해 2011년 필요성이 명시되었고 2017년 착수했으나 미호천교 확장공사에 밀려 중단되었다. 예정대로 2021년 완공이 되었다면 제방 붕괴와 지하차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치수대책은 강외지구사업의 조속한 재추진과 완료인 것이다.

나아가 미호강 유역에 대한 종합적인 하천방재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충북 인구의 66%가 집중되어 있는 이곳에서 6년 사이 두 번의 치명적인 홍수피해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수·치수·환경기능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하천관리방안을 담아야 한다. 자연생태계를 보호·보전·복원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관리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의 유역관리 개념도 담아야 한다. 200년 빈도 또는 그 이상의 홍수량을 고려하는 쪽으로 설계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끝으로 기후재난 시대에 맞는 주민참여형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선제적인 예방과 대비, 신속한 대응과 복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난관리 콘트롤타워를 정비하고 관계 기관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후재난의 양성을 볼 때 행정부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주민을 재난안전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주민 참여에 기반한 현장 중심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하천관리활동과 하천방재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쾌적한 미호강, 생태적으로 건강한 미호강, 특히 재해로부터 안전한 미호강 유역을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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