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은 서로를 만지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만지는 행위는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친밀감과 호감이 있을 때 주고받게 되는 다정한 마음의 표현이다. 만짐에는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상대방의 다가옴을 기대하고 반기는 마음이 담겨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내가 너를 좋아해서 너의 몸과 마음을 자꾸 만지듯이, 너도 나를 좋아해서 나의 몸과 마음을 자꾸 만지게 된다. 마음과 손길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아서 마음의 길과 손길은 언제나 동행한다. 마음의 길이 나 있지 않으면 손길을 내밀 엄두가 나지 않게 되고, 마음의 길이 나 있어야 그 길을 손길이 따라간다. 사랑과 애정이 담긴 관계에서는 친밀할 때만이 아니라 서운함이 느껴질 때도 여지없이 만진다.

내 마음과 몸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져주는 누군가의 마음과 손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유독 그렇다. 타인의 다정한 마음에 위로받고 싶고, 타인의 따뜻한 손길을 부여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다. 대개의 부모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식의 마음과 몸을 어루만져주고 토닥여주며 애정과 사랑을 교감한다. 나는 안타깝게도 어릴 적에 부모님이 내 몸을 만져주거나 쓰다듬어 주었던 다정다감했던 기억이 한 순간도 떠오르지 않고, 내가 부모님의 몸에 치근덕거렸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천만 다행으로 내가 어릴 적에 배가 아플 때 "내 손이 약손이다"를 반복하며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했던 손길이 사랑이고 애정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만져주었던 순간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면서 두렵기도 하다.

요즘 마음이 어떤지, 사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봐 주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온정이다. 누군가와 밥을 먹을 때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해주고, 상대방이 맛있게 잘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그 앞으로 옮겨주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애정이다. 어떤 부모는 자식들과 밥을 먹을 때 맛있게 많이 먹으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거나,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식 앞으로 옮겨주는 마음을 단 한 차례도 내지 못한다. 심지어 오직 자신이 먹고 싶은 반찬인지만을 눈여겨보거나 좋아하는 음식이 없으면 시무룩해하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상대방을 애정 어린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바라봐주고 헤아려주는 것도 마음을 만져주고 다독여주는 시선이고 몸짓이다.

사람은 시, 소설, 수필을 읽으며 책 속 주인공의 삶을 반추하며 희로애락에 공감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하고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힘을 얻기도 하는 것을 보면 책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며칠 전 양평 여행 중에 용문사에 들러 수령이 1,100년이 되는 은행나무를 보았다. 아내가 합장을 하고 "오랜 세월 건강하게 잘 견뎌내 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말로 은행나무를 어루만져주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벅찼다. 아내의 어루만져줌에 은행나무가 좋은 기운으로 보답을 해준 덕분인지 여행하는 내내 우리 부부는 피곤함이 덜했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자신과 타인의 몸과 마음을 만지고 어루만지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작가 요조는 "사소한 게 사소한 게 아니라는 것은 사소한 것을 잃어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상이 사소한 일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소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사소하게 만질 수 있는 것이 사소하게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사소하게 만질 수 없게 되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자존감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해주고, 사랑과 애정, 공감과 배려는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해준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독여준다'라는 말에는 타인을 향한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이 담겨있다.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만지는 행위는 성숙한 사람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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