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미국의 편의만 앞세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직위원회의 어이없는 행정 탓에 한국대표팀의본선 경기 시간이 통째로 변경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미국이 B조 2위로 올라갈 경우 본선 첫번째 경기와 두번째 경기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WBC 조직위원회측이 통보해 왔다고 10일(이하한국시간) 말했다.

WBC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당초 13일 오후 1시(현지 시간 12일 오후 8시)에 예정됐던 본선 첫 경기를 13일 오전 6시(현지시간 12일 오후 1시)에 갖게 될 전망이다.

또 14일 오후 2시(현지시간 13일 오후 7시)에 벌일 두 번째 경기도 15일 오전 9시(현지시간 14일 오후 4시)로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휴일은 당초 15일에서 14일로 하루 앞당겨진다.

변경되지 않은 것은 16일 정오(15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일본전 뿐이다.

상대팀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라는 이유로 이런 불이익을 받게 됐다.

미국이 B조 1위가 됐다면 야간 경기로 본선 첫 경기를 치를 한국은 미국이 B조2위로 밀려날 것이 확실시되면서 졸지에 낮 경기에 내몰렸고 미국 위주로 편성된 중계 일정에 맞춰 경기를 펼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지경에 빠졌다.

본선 경기 일정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B조 예선전이모두 끝나 B조 순위가 결정되면 공식 발표되지만 미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는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의 본선 첫 경기는 멕시코와의 낮경기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WBC 조직위원회가 이처럼 본선 첫 경기 시간을 멋대로 옮기게 된 것은 미국의본선 경기를 흥행에 유리한 야간 경기로 편성한 때문이다.

대회 중계방송사인 ESPN은 이미 조 2위끼리의 대결인 미국-일본전을 13일 오후1시(현지 시간 야간경기)에 펼치고 조1위인 한국-멕시코전은 13일 새벽 6시(현지시간 낮 경기)로 맞바꿀 것이라고 이미 통보해왔다.

실제 취재진에게 나눠진 ID카드 뒷장에도 본선에서는 중계방송사의 사정에 따라시간이 변동될 수 있음을 명기하기는 했으나 당연히 미국이 조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단한 WBC 조직위원회측의 경거망동이 부른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일종의 주최측의 횡포지만 이번이 첫 대회이고 앞으로대회가 잘 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면에서)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나 상대방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일을 벌인 점은 안타깝다.역사가 오래된 대회라면 참을 수 없지만 첫 대회이니 양해한다"며 점잖게 꾸짖었다.

이어 "일본에서의 예선전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측은 일본대표팀이 오후에 경기를 해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며 3경기를 모두 오후에 벌이기를 원했는데그나마 수개월 전부터 상대국의 양해를 얻어 일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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