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한국경영학회의 한상(韓商)위원장으로서, 제21차 세계한상대회에서 세미나 발표를 위해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LA부근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시티를 다녀왔다. 특히 금년에는 6월 5일 재외동포청이 개청되었고, 첫 해외 개최 등 재외동포들의 활약상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역 및 국가경쟁력과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점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경제성장에 있어서, '인프라'의 중요성이다. 이번에 LA 공항에 내려서 출국 수속을 밟는데 1시간 30분 이상 시간이 걸렸는데, 한국 인천 공항과 비교해 보니, 너무 오래 걸려 불편함을 느꼈다. 새삼 한국 인천공항 인프라의 우수성과 특히 '신속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의 우수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성공신화가 만들어졌을까? 공항 등의 신속하고 쾌적한 인프라는 우리가 더 우위에 있지만, 아직도 기업 성장 특히, 벤처를 위한 인프라는 여기 미국이 더 많은 성공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느꼈다.

올해 처음으로 생긴 한미벤처캐피탈 투자포럼에는 벤처캐피탈, 개인투자자 및 투자회사 등 2백여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국내외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원활한 투자연계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과 한국 지자체 투자유치 설명회 등도 함께 열렸다. 개회식 만찬 테이블에서 어느 벤처기업가와의 대화를 통해, 미국 벤처기업의 보다 높은 성공 가능성과 규제가 적고, 정당한 실패가 보장되며, 많은 벤처기업에게 성공 여건을 제공하는 미국의 제도적 뒷받침들이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사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둘째, '한국인의 긍지와 성장'이다. 폐회 만찬을 제공한 현대차 측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시장점유율이 11% 후반대로 이곳 미국에서 크게 성장했으며, 이는 시장점유율 1위인 일본과 약 1%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이곳 한국인의 경제적 성공은 많은 코리아타운과 미국 생활에서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물 전체가 최첨단 한국 몰인 "The Source"를 방문했는데, 여기에는 CGV가 있고, 한국 음식점들, 한국 쇼핑몰들이 있었으며, 노래와 춤의 K-컬처가 함께 녹아있었다. 마침 그곳에서 작은 한인 바자회를 참관할 수 있었는데, 친절한 인간미와 풍요로운 한인 가족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이젠 선진국 반열에 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자부심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 시대의 경쟁력'에 대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한상 대회에는 몇몇 도지사와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였고, 이들은 한상(韓商)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 홍보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거꾸로 미국 지자체의 장들도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미국에서의 사업하기 좋은 여건들을 홍보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지방자치단체 대표들이 자신의 지역으로 한상(韓商)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보았지만, 미국 지자체의 개방적인 마인드와 기업에 보다 포용적인 정서, 그리고 그에 따른 많은 기업성공의 스토리를 들으며, 오히려 미국 제도와 기업 여건이 부러웠다. 적지 않은 한상(韓商)들이 여기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했으며, 따라서 미국에서 더욱 많은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한상(韓商)들의 얘기도 들었다. 결국 지역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은 성공적 경제에서 기원하며, 그 기초는 기업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최근 한국의 경우, 한편에서는 '생산성'이 강조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분배의 공정'이 강조된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혁신을 통한 생산성과 분배의 공정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미국 공항이 불편해도, 아직까지는 미국이 조금 더 부러운 이유가, 미국에서는 '기업가의 창의성과 혁신으로 인한 생산성'과 '분배의 공정성'이 한국보다 더 잘 작동하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이러한 제도와 분위기를 배우고, 우리 경제도 위의 두 가지 중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두 개의 축을 균형있게 활용하여 풍요로운 삶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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