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병만 충북문화재단 기획전략팀장

"딸이 일곱 살쯤 됐을 때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대학에서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걸 가르친다고 했더니 아이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잊어버렸단 말이야?' 일본계 미국인 아티스트 하워드 아케모토(Howard Ikemoto)의 일화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데 거침이 없지만 어른이 되면 그렇지 않다. 그림 그리는 것은 화가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여가시간의 55.6%를 휴식에 할애하고 있다. 문화예술관람활동은 2.2%, 문화예술참여활동은 1.1%로 조사항목 중 가장 낮다. 쉬기에도 바쁜 여가시간을 문화예술에 할애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3.3% 뿐이다. 문화 예술을 낯설어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요즘 소위 핫한 사람들이 추구한다는 '차별적인 경험'이 그것이다.

대다수 유럽여행을 꿈꿀 때 아프리카, 몽골여행을 하고, 호텔 패키지가 유행할 때 촌캉스를 떠난다. 대세를 따르기보단 취향과 기호를 따라 내 갈 길을 가는 사람들. 그들은 차별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고 그것을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로 환류한다. 그 차별적인 경험이 문화예술과 만나면 시너지는 강해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예술의 가치와 영향 연구(2019)에 따르면 예술은 개인에게 몰입·매혹·공감·지적 자극·미적 영향·자기 정체성·자존감·재충전 등의 영향을 주고, 사회에는 교육·건강과 웰빙·사회문제의 해결·공동체 결집·시민의식·사회자본·혁신 등의 영향을, 국가 및 지역경제에는 고용창출·문화산업·부가가치 창출·관광객 효과·국가브랜드 파워 등의 영향을 준다고 했다.

취미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기와 기품이 느껴진다. 그들은 본업 이외의 부캐 활동으로 발표회를 하고 사회봉사를 한다. 작품을 수집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활동 일정을 확인한다. 해외 작가의 내한 전시도 좋지만 내 지역 예술가의 활동도 관심을 기울인다. 차별적인 예술경험으로 취향을 쌓아가며 안목을 높이면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형성된다. 계기와 정보가 없다면 충북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 '문화이음창'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채널은 주간 문화예술소식을 전해주고 있으며 재단 홈페이지에는 더욱 많은 공연·전시·참여활동의 소식이 있으니 도움이 될만하다.

김병만 충북문화재단 기획전략팀장
김병만 충북문화재단 기획전략팀장

'나도 예술가'라는 말이 흔히 들린다. 전업 예술가들이 듣기엔 불편한 단어일 수 있고, 대가(大家) 행세를 하는 취미 예술인들이 더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안의 창조력을 깨우는 일, 문화애호가가 되는 일, 차별적인 경험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면, 아이로 돌아가 두려움 없이 예술을 마주하고 다시 예술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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