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의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으로 안보관광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서산을 출발하여 강원도를 향해 달렸다.

많은 상념들을 하는 사이 버스는 어느덧 한참을 달려 우리나라의 최북단 철원군에 도착했다.

일행은 먼저 철원군 동승읍 태봉로에 위치한 '가을×노을 2023 철원 고석정 꽃밭'이라는 곳을 관광했다. 일행은 양지바른 남양의 꽃밭을 한없이 걸어 나와 근처 고석정 가든 식당에서 한탄강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 식사를 마쳤다. 점심 후 우리는 안보관광의 제1일 코스인 제2땅굴로 향했다.

땅굴은 북한의 기습 남침용으로 파 내려오던 것을 1973년 11월 20일 푸른별 청성부대 모 상병 등이 보초 근무 중 땅속에서 폭발음을 듣고 굴착 끝에 1975년 3월 24일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지하 50 ~ 160m 깊이로 총길이는 3천500m이고, 500m가 남한 땅으로 더 들어왔다는 것이다. 땅굴 깊숙이에는 많은 병력이 집합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300m 더 들어가면 북한 땅이라고 우리들의 안내를 맡았던 해설사의 설명이 있었다. 만약 북괴가 이 땅굴 이용이 성공했다면 1시간 만에 3만여 명의 무장병력이 탱크를 앞세워 기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이 땅굴의 발견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에게 내린 크나큰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땅굴 안에는 "총성은 멎었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자기의 조국을 모르는 것보다 더한 수치는 없다."고 쓰인 팻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철원평화 전망대'를 향하여 달렸다. 이 전망대는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2007년 조성됐다고 한다. 지금은 전망대로 가려면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노약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게 해놓았었다. 그러나 우리는 주차장에서 내려 도보로 전망대를 올랐다. 전망대 바로 앞에는 궁예가 태봉국을 건국한 궁궐터가 있었고, 북한 쪽 비무장지대인 철원 평야를 바라보는 현실에 정치적 이념이 이토록 한 민족과 국토를 갈라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그지없었다.

또한 철원 평야는 철새 두루미와 고니 등이 날아와 겨울을 나고 다시 북으로 날아가는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비무장지대와 인접해 있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지온이 따뜻해 두루미의 서식처로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다음은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월정리 역'으로 향했다. 월정리역은 서울에서 원산으로 달리던 경원선 철마가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에 근접한 최북단 종착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의 바로 맞은 편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간판 아래 6·25동란 당시 이 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와 유엔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가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누워있어 분단의 한을 실감케 하고 있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속으로만 몸부림일 뿐 지금까지 늘상 그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경원선은 한일합방 이후 일인들의 강제동원과 당시 러시아의 10월 혁명으로 추방된 러시아인들을 고용, 1914년 8월 강원도내에서 제일 먼저 부설됐는데 서울~원산간 227㎞를 연결하는 산업철도로서 철원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을 수송하는간선철도 역할을 했다고 김병욱해설사의 장황한 설명이 있었다. 경원선이 달리다가 잠시 쉬어가던 이곳 '월정리역'은 더 이상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종착역 아닌 멈춤 역이 되고 말았다.

최병부(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한 민족의 원혼과 한이 서린 이곳에서 철마가 창공을 향해 긴 기적소리를 토해내며, 저 푸른 철원 평야와 철의 삼각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 날은 언제쯤에 올까 생각해 보았다. '휴전선 달빛아래 녹슬은 기차 길, 어이해서 핏빛인가 말 좀 해다오'어느 가수의 '녹슬은 기차 길'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남북분단의 이 아픈 현실이 평화통일로 이어져 한 민족이 정답게 살아갈 날이 언제쯤 돌아올까 생각하며 귀갓길에 올랐다. 이처럼 추억의 여행길에서 성숙의 탑에 또 하나의 돌을 쌓는 기회가 되었으며, 내 인생 노트에도 아름다운 기록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 꽃마다 열매가 되려고 합니다. / 아침은 저녁이 되려고 합니다. / 변화하고 없어지는 것 이외에는 /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헬만 헤세」의 낙엽(落葉)이란 시를 음미하며 집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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