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대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빈대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때아닌 빈대 공포에 빠졌다.인천 사우나, 부천 고시원,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 이어 충남에서 발견되는 등 유럽 발 빈대 공포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입 경로와 기원 추적에 나섰다.질병관리청은 이달 중 해충 방역업체로부터 빈대 샘플을 제공받아 분자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발견 장소가 외국인들이 머문 곳이고 유럽 빈대와 동남아 빈대가 섞여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지난 9일 아산의 한 원룸에서 처음 발견된 뒤 이튿날 서산의 한 다중시설에서 빈대 탈피각이 확인됐다.충청권 자치단체는 빈대가 잇단 출몰하자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위생 점검을 실시하고 빈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에 접수된 빈대 신고는 32건이며, 이중 13건이 빈대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즉시 빈대와 전쟁에 돌입했다.이달 13일부터 내달 8일까지 숙박업소 등 2천565곳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을 벌인다.침구 위생과 소독 상태, 빈대 발생 여부 등을 조사한다.빈대 특성과 예방 및 방제법 등을 담은 정보집도 배부하기로 했다.현재 경로당, 영화관, 기숙사 등 빈대 발생 우려가 높은 장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학교 점검을 강화하고 전문방제업체에 의뢰해 교실, 기숙사, 보건실, 통학 차량의 빈대 서식 여부를 정밀 진단할 예정이다.김지철 교육감은 "학교 내 빈대 확산이 우려된다"며 "학생의 안전한 학교 생활을 위해 정기 소독과 방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은 빈대 신고가 없지만 선제 대응에 나섰다.다음달 8일까지 숙박업소 등 1천200여 곳을 대상으로 합동 위생점검을 실시한다.시군은 빈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빈대 퇴치 등 대응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빈대는 맹독성 살충제인 DDT 사용으로 70년 대 이후 사라졌다.언론 보도처럼 올해 갑자기 많이 출현한 게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한 방역업체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빈대 신고가 접수됐다.유럽에서 빈대가 기승을 부리자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 사실이 과장됐다는 얘기다.문제는 빈대 출몰이 아니라 기존 살충제에 내성이 강한 외래종이라 완전 퇴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이 있다.'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망친다'는 속담이지만 자칫 방치하면 집까지 태워야 할 만큼 빈대 박멸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쓰인다.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말까지 등장한다.정부는 완전한 퇴치 대책을 세워 빈대 몇 마리가 공중 보건 위기로 번지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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