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우리 한반도의 산림은 역사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의 첫 녹색정책에서부터 일제의 약탈적 수탈을 거쳐, 산림녹화의 성공사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산림이 겪어온 변화와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이 보여준 노력과 지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조선 건국의 새벽과 함께, 우리의 산림은 새로운 체계와 보호 아래 푸른 숨을 쉬기 시작했다. 산림 국유제의 시행은 국가의 근간을 탄탄히 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이중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양금산(漢陽禁山) 제도는 국가의 목재 수요와 산림 보존을 균형 있게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조치였다. 소나무를 무단으로 베는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린 송금(松禁) 정책은 산림 보호의 중요성을 국가 차원에서 강조한 것이었다.

산림 관리는 단순한 자원 보존을 넘어, 조선 왕조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국가적 목표가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1734년 봉산제도(封山制度)의 실시와 같이, 산림 벌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임산물 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1788년에는 송금사목(松禁事目) 정책이 소나무 보호를 더욱 강화하며 변화를 이어갔다.

일제 강점기는 우리 산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08년 일제에 의해 제정된 삼림법은 조선의 산림을 국가적 자원이 아닌, 수탈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1910년에 제작된 조선임야분포도는 일본 재력가들이 국유림을 차지하는 근거가 되었고,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이루어진 통계자료는 산림 자원의 수탈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활용되었다. 1937년에 시작된 중일전쟁과 1939년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일제의 전시 경제 체제를 강화했고, 국가의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국유림과 사유림을 막론하고 대대적인 벌채를 실시했다. 이어 1942년, 조선목재통제령을 통해 목재 생산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조선 산림의 심각한 황폐화를 가속시켰다.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산림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식목일 지정, 산림법의 제정, 산림청의 설립과 같은 장기적인 산림 정책을 통해 산림 복원에 힘썼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쟁이라는 국난 속에서도 산림 복원의 중요성을 결코 잊지 않았다. 전쟁 이후,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산림보호임시조치법을 제정하고, 1952년에는 일제에 의해 빼앗긴 산림을 되찾았다.

1953년에 수립된 사방사업 5개년 계획은 토사 유출 방지와 산림 복원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1957년에는 장작 사용을 규제하고, 대체 연료로연탄을 보급함으로써 목재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은 1959년에 재수립된 사방사업 5개년 계획을 통해 이어졌지만, 준비 부족으로 실패에 이르렀고, 1960년에 '사방의 날' 을 시행하여 전 국민이 참여하는 산림 복원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의 산림의 부활은 1961년 새로운 산림법의 제정으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산림청의 개청,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은 산림 보호와 복원 노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77년에는 '육림의 날' 지정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차관을 통한 조림 사업의 성공으로, 국제사회에서 산림녹화 노력이 인정받게 되었다.

이후로도 제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통해 산림 경영과 기술을 보급하고, 1998년에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 산림기본법의 제정과 개발도상국의 산림 복원을 위한 교육 및 전수 활동은 우리나라가 산림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에는 선진 산림 기술을 몽골에 전수하는 등 국제적인 산림 협력을 강화하였고, 2023년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이하여 강원세계산림엑스포를 개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산림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미래 산림 비전을 제시했다. 산림녹화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과는 인류의 역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이한 오늘,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인정한 황폐산림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서, 산림을 울창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앞으로 펼쳐나갈 산림비전 100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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