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나의 쇼핑 실패담 공유하기」

당신이 쇼핑 후 가장 크게 후회한 물건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쇼핑 후 후 가장 빨리 버린 물품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이 앞으로 다시는 사지 않으리라 다짐한 물건은 무엇입니까?

2023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하여 충청북도 환경교육센터(청주시 문암동)가 진행 중인 환경교육이벤트이다. 나의 쇼핑패턴을 점검하고 과소비를 줄여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충북도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충청북도환경교육센터 홈페이지(cbeec.kr)를 통해 최대 3개 까지 '나의 실패담'을 공유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면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행사가 폭풍쇼핑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추수 감사절 이후 재고물품을 크게 할인하여 판매하는 날이자 한해 중 쇼핑이 가장 많은 날로 기록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네 번째 금요일에 시작되어 신년까지 이어진다. 블랙프라이데이의 구조는 유통업자의 입장에서는 재고로 인한 추가 비용을 없애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연말 보너스 등으로 창출된 소비심리가 효과적으로 소모되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매스컴을 통해 확인되는 소비욕구는 '00마트 직원, 몰려든 인파에 압사', '쇼핑몰 총격사건' 등으로 대서특필되며 '쇼핑몰로 몰려든 소비자들로 인해 시즌 내내 직원들이 힘들어 했다'는 뜻에서 블랙프라이데이로 지칭되었다는 유래없는 명칭설도 난무하다. 어쨌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할인율을 자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첫날)에 집중하여 물건을 산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거나 기업체 참여로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쇼핑행사를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쇼핑행사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다. 가장 많은 쇼핑이 이루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날 진행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1992년 9월 캐나다의 사진작가 테드 데이브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알려졌으며 과소비와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반성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의 회복을 기원하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발전된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자르거나, 빈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는 '좀비워크'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며 에너지 줄이기 캠페인, 자원 나눔 행사 등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애초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의 시초가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게 만든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면 지금은 단지 하루의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소비하고 더 적은 폐기물을 생산하기 위한 지속적인 라이프 스타일 약속을 시작하는 날'로 변화될 필요는 있다. 미국의 사회단체 '아무것도 사지 않는 프로젝트(Buy Nothing Project)'에서 밝히고 있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의 원칙은 초지역적 그룹의 지역사회기여, 풍요로움과 공유, 선물경제, 신뢰, 사람과 사람 간의 이야기, 포용, 정직과 진실성, 평등, 관대함 등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사람사이의 관계를 통해 선물과 공유, 감사함이 교류된다는 의미이다. 참 뜻깊은 말이다.

환경기념일은 아주 소소한 성찰이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거대한 국제적 이슈로 변화 발전할 수 있다. 예컨대 7월 14일은 '상어 인식의 날'이자 '세계 범고래의 날'이며, '세계 침팬지의 날'이기도 한데 이날은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구달(Jane Goodall)이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기 위해 탄자니아에 첫발을 디딘 날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몰랐던 문제를 이슈화하여 글로벌 의제로 부각시키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11월 19일은 유엔이 정한 '화장실의 날'인데 이날은 배설과 위생 문제에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유엔차원에서 정한 기념일이자 세계화장실기구가 창립된 날이기도 하다. 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 내 가장 많은 물 소비량은 양변기를 사용할 때로 평균 4인 가정에서 한 달에 20톤 가량의 물을 양변기에서 쓸려보낸다고 한다, 전체 물 사용량의 25%가 양변기에서 차지한다고 하니 세탁 20%, 샤워 15%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그런데 정작 환경기념일을 기념하는 일은 환경단체나 환경교육관련 기관 밖에 없는 듯하다. 신문을 보아도, 인터넷을 보아도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보다는 '블랙프라이데이'가 훨씬 많은 노출빈도를 자랑하고 친환경소비보다는 할인품목이 더 크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는 지구가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한 착한소비로 전환되어야 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는 시민성에 '지구환경보호'라는 가치를 더한 ×α의 개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환경기념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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