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성옥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인구교육 전문강사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일이래요" " 돈이 많이 들어간대요" "우리 키우느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대요"

인구교육 강의를 한 지 13년차로 초·중·고등학생을 교육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이다. 미래 결혼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리서치 조사결과 52% 정도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응답이 나왔다.

10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불안한 미래를 예상하고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미래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결혼과 출산의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들로부터 형성된 가족가치관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가족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의 출산의 본질적 동기는 부모로서 출산과 양육에서 나오는 정체성과 자부심이다. 그러나 2021년에 진행된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 연구결과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물질적 풍요'가 1순위, '건강'에 이어 '가족'이 3순위로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관계 및 가치관의 변화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며 한국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다른 가치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저출산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진입은 사회보장, 일자리, 안보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활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2006년 1.1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17년간 대규모 고령화·저출산 정책 투입에도 출산율을 늘리지 못한 것에는 다양한 요인 중 가족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경제적 이해로 환산할 수 없는 가족 구성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식 전통이 강한 서구식 저출산 해결법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전통적 연결고리를 외면해야 한다는 불편한 현실 속에서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위한 노력들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현안을 자연스럽게 미뤄두게 된다.

한국 사회는 가족의 가치를 되찾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요구되고 있다.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이해를 강화하고, 연령규범 완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 및 프로그램을 긴 시각을 가지고 미래세계의 눈으로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인구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변수가 아니고 이제는 내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요구하는 상수가 되었다고 한다.

최성옥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인구교육 전문강사
최성옥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인구교육 전문강사

한국은 이미 신질서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춰 생존과 적응 전략들이 준비되고 있다. 기업 및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실험들을 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다양한 인구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족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유기적 가족가치관 정책이 미래를 맞이하게 될 유소년, 청년, 그리고 노년기를 맞이할 지금의 청장년층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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