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폭력경찰과 민중의 지팡이는 양립할 수 없다. 폭력경찰이 권총을 쥔 민중의 지팡이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충북에는 폭행 혐의로 두 차례나 입건된 경찰 A씨가 있다. 그 경찰의 옆구리엔 실탄이 장전된 권총이 자리한다.

경찰은 1년 전 그에게서 권총을 빼앗을 기회가 있었다. A씨는 지난해 2월 청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지인을 폭행했다.

피해자는 A씨가 경찰 신분을 유지하면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비위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그러나 경찰은 징계조차 하지 않으며 A씨를 감쌌다.

형사입건이 되면 직위해제부터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당시 경찰서장은 그러지 않았다. 폭행사건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기소 직전 A씨가 피해자와 합의하며 형사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헬스장 불법운영에 대해서도 경찰은 '헬스장 6곳에 투자하고 매월 발생하는 이익금을 배분받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겸직허가 대상은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그로부터 1년여 후 A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헬스장에서 회원을 폭행했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민중의 지팡이가 또 한 명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지인을 폭행했을 때 징계를 머뭇거린 경찰을 머쓱하게 하는 범행이다.

다시 피의자가 된 A씨는 재범 후에야 직위해제 됐다.

앞서 경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A씨는 재범 전까지 경찰과 사업가라는 이중생활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그가 관여한 체육시설은 요가 강습센터 등 3곳이다.

경찰은 A씨가 체육시설을 불법으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 뒷북 수사·감찰에 나섰다. 1년 전 경찰이 헬스장 지분 투자문제를 꼼꼼히 살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지난 8월 청주시 서원구의 한 거리에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배회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당시 출동 경찰관 중 1명은 남성에게 지체 없이 권총을 빼들었다. 권총을 보고 놀란 남성은 즉시 흉기를 내려놨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흉기난동 사건에 강력 대응하라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른 훌륭한 현장대처로 보인다. 경찰 역시 이 사건이 시민안전 골든타임을 지킨 대표적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차장

A씨는 직위해제 전까지 청주의 모 지구대에서 권총을 차고 근무했다. 그는 조직 내에서 권총을 잘 다루는 경찰관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경찰조직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그 공권력의 무게만큼, 경찰관의 자격 역시 무겁게 생각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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