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지은 목도초 교사·충북교사노조 부위원장

시식회에서 선보인 아침간편식
시식회에서 선보인 아침간편식

지난주 충북도와 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아침 간편식 시범사업 중 하나인 시식회 참가를 위해 환경교육센터를 찾았다. 시식회는 파스타류, 피자, 핫도그, 붕어빵, 주먹밥, 닭죽 등을 뷔페식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영양교사로서 영양분석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파스타류들은 나트륨이 1일 권장량을 넘어섰고 지방 함유량도 많았다. 채소류가 포함된 음식은 적었고 도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제공되는 음식은 없었다. 대부분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아침 간편식이 제공된다면 시식회에서의 뷔페식이 아닌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방식일 텐데 이에 대해 시식회 참가자들이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마침 앞에 앉아 시식회에 참가하는 학부모님에게 반응을 물어보니 학생들이 한 두 번은 잘 먹겠지만 계속 먹기에는 좀 그렇다고 하신다. 시제품으로 제공된 음식은 자극적이고 특별한 맛으로 인해 즐거움을 제공해 선호도는 높겠지만 이러한 음식들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장기 학생들이 먹는 음식은 올바른 영양 섭취와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제공될 간편식을 보면서 영양교사로서 우려되는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간편식 시제품을 볼 때 과연 아침에 제공하는 음식으로 핫도그, 피자, 파스타를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나트륨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지속해서 섭취하면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방해가 된다. 또한 학생들이 고지방이·고당분의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소아 성인병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 특히 성장기 학생들은 올바른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음식의 과다한 섭취는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둘째, 위생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학교급식은 식품안전위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해썹(HACCP)이라는 위생 시스템으로 엄격하게 운영된다. 그러나 간편식의 경우 배송과 제공과정 및 섭취 중에 발생 될 수 있는 식품 안전 문제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셋째, 남은 잔반과 일회용기 처리로 발생할 환경 문제이다. 학교급식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탄소 중립과 채식 급식 활성화 조례 제정을 하고 있지만, 아침 간편식 시제품은 도내 농산물을 이용한 채식 메뉴는 보이지 않는다. 음식 쓰레기나 일회용기와 비닐 다량 배출 등의 문제는 정부의 환경 정책과 역행한다.

유지은 목도초 교사 충북교사노조 부위원장
유지은 목도초 교사 충북교사노조 부위원장

아동의 아침 식사는 1차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부모들의 당연한 책무이다. 또 취약 계층 아동의 결식문제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아침 돌봄, 아침 식사와 같은 국가 돌봄을 학교에 떠넘겨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은가? 학교 구성원들이 일하기 싫어서 아침 간편식 사업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오해다. 학교 구성원과의 공감대 부족과 업무 부담도 문제지만 간편식의 영양 불균형, 식품위생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공약 철회를 주장하는 것이다. 단지 공약이라는 이유로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맞춰지지 않을 퍼즐을 어거지로 끼워넣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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