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없는 교육환경 조성 위해 도교육청 위탁 대안학교 돼야"

편집자

충북에 거주하는 외국인 4만 8천여명 중 대부분이 한국문화에 적응하는데 애로사항을 겪고있다. 청주 새날학교는 중도입국청소년과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정에 있는 청소년과 어머니들 30여 명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검정고시를 가르치면서 적응에 앞장서고 있다. 청주 새날학교를 세우고 이끌어온 곽만근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곽만근 목사가
곽만근 목사가 "중도입국청소년 등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다음 세대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새날학교를 세우고 이끌어 온 곽만근 목사는 아이들이 잘 성장해 다음 세대의 등대 역할을 했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2010년대엔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남성의 만남이 많았다.

곽만근 목사는 "초창기엔 재혼 가정이 많이 넘어와 주로 외국인 엄마와 한국 아빠의 만남이 많았다"며 "그런데 외국인 엄마들이 언어를 몰라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들이 한글을 모른다면 그 아이까지 학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목회를 했던 곽만근 목사는 이런 안타까운 어머니와 아이들을 돕고자 새날학교를 차렸다.

곽 목사는 "처음엔 필리핀,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목회를 했는데 모두 남편에게서 도망온 사람들이거나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었다"며 "말도 안통하고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보여 한글이라도 가르쳐보자는 마음으로 학교를 세우게 됐다"고 새날학교를 설립한 이유를 말했다.

시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점점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져 교회 차원에서 학교를 세우게 됐다.

청주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새날학교
청주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새날학교

새날학교는 대안학교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해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곽 목사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도 한글 기초를 배워놓지 않아 결국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글 기초부터 고등 검정고시까지 운영하고 원하면 대학 진학까지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교육 수준은 비슷하나 나라마다 달라 적응에서의 차이가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온 아이들이 영어와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초 교육을 잘 받아서 오는데 국어(한국어)과목만 잘하면 대학교 어학당으로 입학하는 아이들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사 과목에 대해선 따분하게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국의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특히 어렵다고 말한다. 아직 스스로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이전에 배워왔던 역사와는 확연히 달라 이 부분을 특히 어려워 한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지만 학교에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결혼이주여성은 무엇보다도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 대부분이 한국에 들어와 취업부터 하려고 하는데 언어에 문제가 있는데 본인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나. 남편들은 한글 기초교육에 힘을 쓰고 소통이 가능할 때 사회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목사는 중도입국청소년 등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도움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때때로 대학 산학협력단이나 교육봉사동아리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광주새날학교 같은 도교육청 위탁 대안학교가 돼야 아이들의 비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학교를 방문하고 특히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지 직접 보시고 예산을 확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러한 예산이 확보되면 좋은 선생님들을 더 채용할 수 있고 학생들 교육 수준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청주 새날학교는 아직 정식 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과거 2013년 오창 교육연합회관에서 인가를 받으려 했으나 주변에 모텔 2곳이 있어 부적합하다고 판단, 설립 허가 거부를 통지했다.

곽 목사가 15년 동안 운영 하면서 요즘 특히 느끼는 점은 고려인, 러시아인과 중앙아시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아직까지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곽 목사는 "지난 10월 제천에도 50여 명의 고려인이 이주했고 청주도 고려인과 러시아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도 초창기 조선족처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한글을 모르면 생활 자체가 불가하다. 우리가 인력이 필요해 들여오는 만큼 그들도 기관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끝으로 곽 목사는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 받지 않아야 함을 말했다.

곽 목사는 "한국은 출산율이 낮아지고 점점 다문화 가정들은 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피부색이 다르다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차별하고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어른으로써 이들을 한국인과 동등하게 대하고 누구보다 힘들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잘 이끌어야만 한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 새날학교는 ?

한국어·기본 예절 배우며 사회적 안정화 지원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청주 새날학교

청주 새날학교는 곽만근 목사에 의해 2008년 4월 12일에 새날교회에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중도입국청소년과 결혼이주여성, 다문화 청소년, 새터민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글 기초 교육, 검정고시 교육 등을 하는 대안학교다.

다문화 학생들은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거나 제 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또 외국에서 자라다 재혼이주여성에 의해 한국으로 입양된 청소년들도 포함된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 오면 학교부터 다니지만 언어의 어려움으로 대부분 소외되고 결국 자퇴를 선택하게 된다.

소외된 학생들은 결국 학습장애, 정체성 문제, 사회적 인심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겪는다.

새날학교는 이러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기본 교육을 시켜주고 예절 등을 가르쳐 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날학교는 이러한 외국인들에게 기초적인 교육을 제공하면서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정신적, 심리적 안정을 주고 있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한다. 오전엔 기본적으로 한국어 수업, 오후엔 검정고시 수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야외 체험학습활동, 컴퓨터 코딩 수업, 토픽(TOPIK) 등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이재규
지난 14일 청주 새날학교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이재규

이러한 교육을 한 결과 지난해까지 중입검정 49명, 고입검정 36명, 고졸검정 22명을 배출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교육 학생수가 400명이 넘고 이중 초등편입학 29명, 중등편입학 15명, 고등편입학 17명, 대학교 진학 13명, 취업 21명, 기타 25명을 배출했을 정도로 뛰어난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다.

새날학교의 선행은 미래세대의 리더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고등 검정고시 합격자인 이알렉세이씨는 보조교사로, 한국에 막 들어온 다른 친구들에게 한글 기초교육을 하고 있다. 고려인이자 같은 중도입국청소년이었다는 동질감 속에 러시아어, 한국어, 영어도 가능해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나 영어로 소통한다.

지난해엔 어려웠던 재원을 확보하면서 교육 환경이 개선됐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코로나 시기를 지나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등 나눔사업에 선정됐다. 기업과 사회복지기업의 도움을 받아 교사들의 충원과 봉사자들의 협업으로 질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만 검정고시(초5, 중3, 고2)에서 10명의 학생들이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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