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위엄·권위·길조' 상직… 초월적 능력으로 전지전능

 

편집자

2024년은 '푸른 용의 해'로 용은 십이지 가운데 다섯번째 해당하는 동물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 우리 조상들은 용을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상서롭게 여겼으며 수신, 벽사, 권력, 호국 등을 상징한다. 꿈에서 용을 타거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면 성공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여겼으며 돼지꿈과 최고의 길조로 여겨왔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면 입신출세한다', '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 등의 속담은 이를 바탕으로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을 통해 지난해 12월 20일 열렸던 학술강연회 '龍하다, 용해'를 비롯, 우리 문화 속 용에 대한 속담, 명칭, 지명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운룡도(雲龍圖). /국립민속박물관
운룡도(雲龍圖). /국립민속박물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우리 조상들은 용을 벽사와 수호의 능력을 갖춘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왔다. 왕실에서는 위엄과 권위의 상징으로 삼고 일반인들은 영험한 동물로 섬겼다. 왕실의 위엄과 존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대표적인 용무늬로는 곤룡포에 장식된 용보(龍補)가 있다. 왕의 복식에 용보를 달기 시작한 것은 1444년(세종 26) 명나라에서 상복으로 곤룡포 세 건을 사여받으면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1872년에 제작된 태조 어진의 용보는 금실을 넣어 직조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 에서는 용의 형사에 대해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고구려 약수리 고분 청룡. /국립민속박물관
고구려 약수리 고분 청룡. /국립민속박물관

우리나라에서 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고구려 고분의 널방에 그려진 청룡과 황룡이다. 이러한 용무늬는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와·청동거울·청자·석관(石棺) 등에 장식무늬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민화 속 상상의 동물 용'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3면이 바다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는 용이 발생한 한국적인 용의 신앙, 용 문화가 발전했으며 특히 민간신앙의 형태를 표현한 민화 속이나 조각품들이 친근하면서도 해학적인 특성이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면서 "용은 그 기원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물을 다루는 수신(水神)을 상징해 과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은 물을 다루는 능력이 있는 전지전능한 용은 곧 하나의 신앙으로 존중되는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용과 관련된 지명으로는 충남에 위치한 계룡산이 있다. 계룡산이란 명칭은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자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한데서 계鷄와 용龍을 따 왔다는 설이 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구룡포(九龍浦)도 지난 1914년 당시 영일군의 사라리와 신동리, 창주리가 통합되면서 그 일대 지형이 아홉마리의 용처럼 생겼다 하여 구룡리라고 부르기시작하면서 명칭이 사용됐다.

용은 날씨를 관장하며 초월적 능력과 최고를 상징해 단체를 상징하는 동물로도 많이 쓰였다. 특히 청룡은 군부대, 스포츠팀, 대학교 등 상징동물로 애용돼 왔다.

부대 별칭이 '청룡부대'인 해병대 2사단 기념패. /국립민속박물관
부대 별칭이 '청룡부대'인 해병대 2사단 기념패. /국립민속박물관

베트남 전쟁에서 맹활약한 해병단 2사단 별칭이 '청룡부대', 프로야구 출범 원년 구단 중 하나는 'MBC 청룡'이었으며 중앙대학교 상징동물도 '청룡'이다. '청룡기 전국 교교야구 선수권대회', '청룡영화제' 등 대회와 시상식 권위를 상징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됐다.

속담으로는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인 '개천에서 용난다', 시작은 크고 마무리는 작아 실패했다는 뜻의 '머리는 용의 머리고, 꼬리는 뱀의 꼬리다', 보잘 것 없던 사람이 크게 됐음을 이르는 말 '미꾸라지 용 됐다' 등이 있다.

약리도(躍鯉圖). /국립민속박물관
약리도(躍鯉圖). /국립민속박물관

고사성어로는 등용문(登龍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한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두 강자가 서로 승패를 다툼), 화룡점정(畵龍點睛: 무슨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이 자주 쓰인다.

용띠 사람은 변화무쌍한 용의 속성을 타고나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포부가 원대하며 독립심이 있고 호탕하다. 용띠와 화합하는 띠는 원숭이띠·쥐띠·닭띠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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