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한 아파트에서 투표 공고를 보았다. 경비를 절반으로 줄이면 세대별 1만원 절약하면서 청소용역도 추가로 활용하는 것에 투표하라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는 경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주민들이 찾았다. 무뎌진 칼날을 세우는 역할 등 '가욋일'을 찾아 사람을 끌어안은 것이다. 

성북구 아파트 주민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필요와 사람을 지키는 것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익숙하고 경제적이란 이유로 사람을 해고하는 아파트 주민이고 싶은가? 아니면 이웃과 사람, 나와 가족을 지키는 주민이고 싶은가?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에도 취약계층 비중을 높이면서 고용을 늘린 사회적경제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6천300억원(57%) 삭감했다. 정치 환경이 어려워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출 경기 회복·내수 부진으로 예측하며 경제전망을 '내유외강(內柔外剛)'으로 요약했다. 경제도 어렵다. 내수경기가 중요한 사회적경제는 더욱 그렇다.

다시 아파트로 가보자. 1만원 때문에 사람을 자르는 주민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좋고 사람도 지키는 방법을 제안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우리 아이와 부모 돌봄을, 외로움이란 불안 해소를, 불안에서 생긴 분노로 발생한 안전에 대한 걱정을, 사라질 위기의 마을을, 기후위기를 익숙지 않지만 나와 (지방)정부에 함께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할 때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우리가 되어야 위기의 강을 건널 수 있다. 각자도생 고립의 시대·기후위기란 위기의 시대다. 자본 중심 시장에서 효율이 나와 이웃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음을 알기에. 제안 주체가 필요하다. 문제와 필요를 사람 중심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동과 연대를 해 본 역사가 있는 곳이 사회적경제다.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상상하며 이웃과 시민, (지방)정부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란 옷을 벗고, 자활기업의 명찰을 떼고, 마을기업이란 모자를 벗고, 너와 나는 다르다는 색안경을 벗자. 함께 상상하고 제안하자.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올해 정치·경제가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할 수 있는 것에 기반해 사회적 상상력을 키우고, 시민 참여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함께 하자 외쳐야 할 때이다.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기업이든 비영리이든 함께 상상하고 시민과 (지방)정부에 제안하자. 기존의 협동조합·자활기업·마을기업·사회적기업 협의체에서 이웃과 사람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지역과 사회를 위한 협의 체계로 바꾸자. 소셜미션이란 것을 중심으로 상상하고 사회적 발명에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그렇게 사회적경제 다움이란 정체성에 집중하자.

투표 결과가 궁금하다. 1만 원을 아끼자는 것, 즉 사람을 자르자는 것이 부결되었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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