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국회에서 2024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정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던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주류계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던 김웅 의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라고 지적한 뒤 해병대 수사 은폐 의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을 향해 "그만 억지 부리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영환 의원이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같은당 홍성국 의원과 강민정 의원, 이탄희 의원도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현실을 개탄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5명은 나름대로 참신성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국회에 입성해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초선의원들이어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불출마 선언에 나서는 지금의 사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이들의 총선 불출마 결정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안위보다는 오로지 상대 진영에 대한 흠집내기와 물어뜯기에만 혈안이 된 후진적 정치행태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우리 정치권은 여야 모두에게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적 사고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극명하게 갈린 진영논리와 당리당략에 휘둘리고 매몰되면서 초선의원들이 품었던 정치에 대한 소신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의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기성정치의 높은 벽 때문에 소신파 초선의원들이 정치권에서 버틸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여야가 능력있는 인재영입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올바른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아무리 능력있는 인재를 데려오더라도 그들에게 소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모두 물거품이다.

우리 정치가 퇴행을 거듭하는 것은 지금의 정치판을 주도하고 있는 여야 주류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기성정치의 높은 벽을 허무는 것은 가히 정치혁명이나 마찬가지다.

쉽지는 않겠지만 바꿔야 한다.

정치권의 미래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이 나서 변화시키는 수 밖에 없다.

소신파 초선의원들을 더이상 좌절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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