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노트] 정혜연 플루티스트

길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작년 한 해 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서로를 다독이고 새해에는 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며 안부 인사를 전한다.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전, 우선 비우는 작업을 먼저 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고 또는 슬프게 했는지, 무엇을 성취했고 반면 아쉬웠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때의 나를 정리한다. 이렇게 지난해와의 작별을 하고나면 비로소 진짜 새해가 찾아온다. 비워진 내면으로 맞이하는 신년, 나름의 계획들을 세워본다.

사람에 따라 세우는 계획의 양이나 방식이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계획들 중 그 해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을 테다. 예를 들면 건강이나 사랑, 일 등. 그래서일까, 수많은 달 중 1월은 주제가 있는 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는 흔히 이름이 붙여진 달을 생각하면 5월 가정의 달, 6월 호국보훈의 달 정도만 떠오를 테지만 사실 일 년 열두 달 모두 각 달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이렇게 새해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1월,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계는 어떤 식으로 새해를 맞이할까.

음악계 역시 연말이 되면 송년음악회를 열고 새해에는 신년음악회로 한 해를 맞이한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연주가 있는데,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다. 1939년 송년음악회(12월 31일)로 시작되어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 정오에 열리고 있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요제프 슈트라우스,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 등 빈 출신 작곡가들이 작곡한 왈츠와 폴카, 행진곡, 서곡 등을 연주하는 콘서트다.

빈 필 신년음악회는 이 연주회만이 가진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상임지휘자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악팬들은 매년 어떤 지휘자가 포디움(Podium, 지휘대)에 오를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가장 많이 지휘대에 오른 사람은 빌리 보스콥스키(Willi Boskovsky, 1909~1991)다. 무려 1955년부터 1979년까지 총 25회의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다. 이후 지휘대를 오른 로린 마젤(Lorin Maazel, 1930~2014)이 총 11회로 그 뒤를 잇는다. 그 외에 리카르도 무티, 주빈 메타, 다니엘 바렌보임, 프란츠 벨저뫼스트, 마리스 얀손스 등이 지휘봉을 잡았고 2024년 올해는 크리스티안 틸레만(Christian Thielemann, 1959~)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주요 프로그램이 빈을 대표하는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1,2세의 왈츠와 폴카 등 춤곡 중심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음악회의 앙코르 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 1825~1899)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onen, blauen Donau Op. 314)>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의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Marsch op.228)>이 연주되는데, 푸른 도나우를 연주하기 전에 지휘자가 새해 인사를 하고 마지막 곡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관객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관례가 있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은 많은데 하필 왜 왈츠가 신년음악회의 레파토리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왈츠(Waltz)는 4분의 3박자의 춤곡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서양 고전음악이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빈 왈츠'가 가장 유명하고 이 왈츠를 발전시킨 작곡가가 바로 '왈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다. 특히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브람스가 "저 좋은 곡이 유감스럽게도 내 곡이 아니라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했다. 또한 오스트리아가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에서 패배해 침울해져 있을 때 슈트라우스가 이 작품이 조국의 암울한 분위기를 전환 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곡을 했고, 실제로 이런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

정혜연 플루티스트
정혜연 플루티스트

이런 역사를 보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신년음악회로 왈츠를 연주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듯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지나간 시간은 잊고 새로운 한 해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에 왈츠만큼 좋은 음악이 있을까?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신년음악회들이 많이 생겨났다. 경쾌한 왈츠와 함께 힘차게 한해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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