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가끔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는 사연을 마주할 때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며칠 전에도 평소 친절하게 대해준 고객의 부고 소식을 접한 택배기사가 빈소로 마지막 택배를 배달한 사연이 전해져 화재였다. 조의금을 전달하고 정중하게 조문을 한 택배기사의 깊은 위로는 소중한 감동을 유족에게 남겼다. 어디 그뿐이랴. 교통카드가 인식되지 않아 난감해하던 승객에게 베푼 버스기사의 호의를 잊지 않고 버스회사로 음료수 상자를 배달시킨 승객의 훈훈한 사연 또한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동이었다.

독서 동아리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J회원은 지난해부터 퇴직한 남편과 함께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시내에 살던 때와는 달리 시외에 살게 되면서 거리가 멀기도 하거니와 초보 농부의 사정상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던 중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지난 12월 모임에는 함께 할 수 있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참석을 알려왔다. 주척주척 내리는 겨울비가 부담스러워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충주에 도착한 J회원은 모임 장소까지 택시를 탔다.

"오랜만에 약속한 날에 비가 내려서 좀 그렇지요? 차라리 눈이 내리면 좋았을 텐데"

"아니에요.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햇빛이 내려쬐어도 저는 행복합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택시 기사님의 질문에 진정 즐겁게 대답하는 J회원을 바라보며 기사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택시 서랍 안에서 의문의 봉투를 꺼내더니 봉투를 열고 빳빳한 신권 천 원짜리 한 장을 건네어주더라는 것이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기사님은 자신이 하루 종일 모시는 손님 중에 제일 행복하거나 마음이 예쁜 사람에게 천 원을 선물로 주신다고 했다. 자판기 커피값이라고….. 천 원을 받아든 J회원은 순간 벅찬 감동이 밀려와 한참 동안 먹먹했고, 기사님은 매번 신권을 준비하려고 은행에도 자주 들른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귀한 마음의 선물을 받은 그녀는 도착한 후에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우리 회원들도 그녀의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탄성을 질러가며 감동하였다.

아침부터 독서 동아리 단체 톡 방이 시끌시끌하였다. 작은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하고 있는 C회원이 올린 사진과 글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동차로 이동을 하지만 그녀는 오토바이가 자동차를 대신한다. 마치 한 몸과도 같은 오토바이는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그런 오토바이를 볼일 보는 근처에 세워두고 한참 만에 돌아와 보니 핸들 양쪽 손잡이에 파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볼일을 보는 동안 밖에는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누군가 오토바이 핸들 방한용 커버가 젖을까 봐 배려하고 간 것이다. 이에 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가 사진을 찍어 단체 톡 방에 올린 것이다.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H회원은 아파트 주차장의 이중 주차된 차가 밀리지 않아 당황해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밀어주셔서 감동받았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던 차에 자동차 앞 유리의 성애 제거를 힘들어하는 여자에게 자기 제거기로 빡빡 문질러 주었더니 엄청 고마워하더라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또 한 회원은 누군가 타고 온 자전거 안장이 젖을세라 신문과 화분 받침으로 살짝 덮어주었는데 자전거주인이 이를 발견하고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고도 했다. 지난번 택시 기사님의 선한 영향력에 깊은 감동을 받은 회원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훈훈한 미담으로 아침을 맞았다는 E회원도 혼자 사시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생강차를 끓여 가겠노라고도 했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아무리 험한 기사와 불신,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자극적인 기사가 판을 치더라도 이처럼 소소하고 따뜻한 내 이웃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주문을 건다.

오늘도 우리들은 참 좋은 당신들을 만날 것이라고…

키워드

#아침뜨락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