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독일에서는 연말이 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말이 있다. "einen guten Rutsch ins neue Jahr!!" 새로운 한해로 잘 미끌어 들어가라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미끄럼틀을 타는 것에 묘사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워터파크나 놀이터에서 흔히 보는 미끄럼틀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미끄럼틀이 재밌고 즐겁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내가 안전하게 미끄럼을 마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한다. 그 끝이 안전한 땅이나 물 속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미끄럼틀을 타는 것의 끝이 안전한지 아닌지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불안감에 놀이기구를 탈 수 밖에 없을 것이요, 급기야 즐거움보다는 두려움이 더 클 것이다.

사람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내일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불안을 갖고 두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불안에 반대되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자신의 삶이나 미래의 시간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갖는 낙관적인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이라는 심리학자는 희망이란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힘이라고 하였다.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 학자인 릭 스나이더(C.R. Snyder)는 우리가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표 지향적인 삶의 자세를 지니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함께 격라하는 모습이 희망적 사고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라고 한다.

2024년이 시작된지도 어느새 여러날이 지났다. 1년이라는 새로운 시간적 단위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희망을 말한다. '새해에는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기'를, '새해에는 더욱 행복하시기'를, '새해에는 더욱더 건강하시기'를 등등 좋은 일로만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서로 빌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덕담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더욱더 건강한 한해가 되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이나 적절한 예방적 방법을 고민하듯이, 우리 사회가 더 웃을 수 있고, 사회 구성원이 더욱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집단의 지성이 사회적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발견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함께 그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 속에서 지쳐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참여하는 모습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아쉽게도 새해 시작부터 전해지는 뉴스는 그리 밝지는 않았다. 테러 정치를 운운할 수 밖에 없고, 정치권의 분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북한의 협박은 더욱더 거세지고, 국제정세는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확전에 대한 불안을 전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모습은 새해의 덕담으로 나누는 우리들의 인사말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 속에 놓여진 우리들을 보여주는 듯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위가가 닥치면 희망이 저절로 생겨나 위기를 극복할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프레드릭슨의 말처럼, 시대적 위기 앞에서 우리는 희망을 통한 시대적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2024년을 더욱더 값진 한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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