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지난해 12월 라오스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기상청이 동남아 지역의 재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라오스 기상청에 태풍현업시스템과 천리안위성 2A호의 위성영상 수신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소식이었다. 천리안위성 자료를 수신받기 위해 설치한 대형 안테나 아래에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현판식을 위한 황금색 끈을 잡고 있는 사진과 함께 말이다. 과거 외국의 위성자료를 받던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기상위성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기상위성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회가 새롭다.

우리나라는 13여 년 전만 해도 외국의 위성자료에 의지했지만, 2003년부터 독자 기상위성을 보유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2010년 6월 대한민국 최초의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을 발사했다. 천리안위성 1호의 발사가 가지는 의미는 두 가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 보유국이 됐다는 것과 위성자료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다는 것이다.

천리안위성 1호는 2010년 7월 12일 처음으로 관측한 가시영상을 보내고, 2011년 4월 1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786장의 영상을 생산해 국내외 기관에 서비스하고 2020년 4월 1일을 끝으로 10여 년의 기상관측 임무를 종료했다. 그 뒤를 천리안위성 2A호가 이어받아 2018년 12월에 발사되어 2019년 7월 25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천리안위성 2A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16개의 관측 채널을 활용해 구름, 황사, 안개 등 52종의 위성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를 2분 간격으로 24시간 동안 감시해 태풍, 집중호우 등의 위험기상을 신속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기술을 결합해 토양수분, 일사량, 자외선지수 등의 관측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기상위성센터가 설립된 지 15년째인 지금, 기상청은 기상위성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예보뿐 아니라 산업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우리만의 기상위성을 개발·운영해 위성 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기상위성 선진국으로서 저개발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동남아 국가들에 천리안위성 2A호 영상 분석 교육을 실시해 위성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세계기상기구와 협력해 온라인 기상위성 활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캄보디아에 찾아가 현지 교육을 진행했고, 작년에는 아시아-오세아니아 17개국의 예보관들을 초청해 기상위성 활용 교육을 확대 진행했다.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해양기상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양기상 위성방송은 천리안위성 2A호의 위성통신을 활용해 위성영상, 일기도, 기상정보 등 다양한 해양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에 더해 2019년부터는 국외 기관에 실시간 파일전송서비스를 구축해 미국, 호주, 인도 등 18개국 20개 기관에 천리안위성 2A호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는 위성을 보유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피지, 스리랑카, 필리핀에서 필요로 하는 영역의 위성 자료를 맞춤형으로 생산해 제공할 계획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위성 보유국이 된 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대한민국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천리안위성의 이름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호주 산불 발생 당시 천리안위성 특별관측을 통한 산불 분석 영상을 호주 정부에 제공해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태풍 카눈이 내륙을 관통했지만 위성 관측을 활용한 일관된 태풍 중심 예측으로 인명피해 '0'에 이바지했다. 기상청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차세대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5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푸른 용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하늘로 힘차게 올라가는 용의 모습처럼 기상청이 만들어나갈 우주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주길 바란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