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한 시민이 상인에게 사과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중부매일DB
지난 22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한 시민이 상인에게 사과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중부매일DB

지난달 생활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라 설 대목을 앞두고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2023년 월별 생활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평균 약 0.65%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8%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는 12월 들어 3.2%로 다소 둔화했지만, 같은 기간 생활물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기본 생필품 등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상품·서비스 458개 품목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면, 생활물가지수는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에 집중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에 해당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농산물 가격이다. 날씨와 작황부진으로 사과값이 전년 대비 평균 24.2% 올랐고, 귤(19.1%)과 파(18.1%), 딸기(11.1%) 등도 두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불안정한 중동 여파로 국제유가도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과 밀가루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 여파에 따른 국내 외식물가도 지난해 말 기준 6% 올랐다. 이는 1994년 6.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한 듯,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올 상반기까지는 3%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나 되서야 2.3%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흐름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국제유가 상황이 유동적인데다 최근 들어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물가 인상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평균 1305.12원이던 원·달러는 미국의 조기 이달 22일까지 평균 1321.43원으로 15원 가량 올랐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면 원유와 곡물가 등 수입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된다. 이는 곧 외식 분야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전기와 수도, 가스 등 공공요금성 요금이 일제히 오르면서 시작된 국내물가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설 명절을 전후해 좋지 않은 증상을 보이고 있는 체감물가에 주목해야 한다.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소비자 체감물가는 상상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뉴스가 메인을 장식하는 동안 물가 관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물론, 정부는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물가관리에 올인해야 할 때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이자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둬야할 사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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