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청주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최근 개봉한 청주 로케이션 영화 '서울의 봄'은 지난달 30일 현재 관객 1천3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일어난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반란군과 진압군 간 벌어진 9시간의 대립을 생생하게 그린 시대극이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 후 2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으며, 개봉 34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OTT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관객에게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과 분노를 이끌어내고 '심박수 챌린지'까지 유행시켰다.악마의 본색을 드러낸 주인공 전두광이 쿠데타에 성공한 뒤 화장실에서 미친듯이 웃는 장면은 관객의 울분을 샀다.

서울의 봄이 청주에서 로케이션한 이유는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과 우수 영상 작품 유치를 위한 청주시의 '인센티브 및 로케이션 지원사업'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청주시는 2022년 9일간 지역에서 촬영한 이 작품 제작에 인센티브 3천500만 원를 지원했다.인센티브는 숙박비, 용역비 등 지원 가능한 예산 항목에서 2배 이상을 사용했다는 영수증을 증빙자료로 제출해야 지원된다.로케이션을 통한 청주 홍보와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서울의 봄은 청주문화제조창 인근 옛 청석회계세무사 사무소 건물과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촬영했다.반란군이 연회를 연 건물은 10여 년 전 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무국이 이용했으나 지금은 폐쇄됐다. 김성수 영화감독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는 최적지로 선택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진다.

청주시는 지난 6년간 250여 개 영상물 제작을 지원했다.2021년 12편 2억5천만 원, 2022년 8편 2억8천만 원에 이어 지난해는 디즈니+ 드라마 '최악의 악',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 ENA 드라마 '유괴의 날',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 '영화 1947년 보스턴' 등 8편에 인센티브 2억8천여 만 원을 지급했다.로케이션 지원작은 영화 18편, TV·OTT 웹드라마 23편, 예능 1편, 뮤직비디오 1편 등 43편에 이른다.이들 작품 중 김현주·박휘순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 최우식·손석구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 0 난감'은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청주에서는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2015년 영화 '베테랑',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일타 스캔들'까지 숱한 명작들이 탄생했다.이들 작품 중 청주가 드라마 촬영 명소로 널리 알린 작품은 2010년 6월 9일부터 9월 16일까지 방영한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평균 시청률 40∼50%를 기록해 2010년대 시청률 1위, 역대 KBS 미니 시리즈 드라마 시청률 1위, KBS HD 드라마 시청률 1위 등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주인공 김탁구가 제빵사로 일한 팔봉제빵점은 10여 년이 지난 오늘도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인근 산동네에는 수암골 벽화마을이 조성돼 청주 명소로 탈바꿈했다.

청주시는 영상 인센티브 지원 외에 지역 영상 제작 지원 사업인 '시네마틱#청주' 의 하나로 창작자를 양성하고 있다.김수현 드라마 아트홀은 시민을 대상으로 시나리오·영상 교육,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청주영상주간 운영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논설고문

그러나 올해는 청주시의회가 정부의 긴축 재정 운영을 내세워 시가 편성한 '영상문화산업 활성화 추진 사업비' 6억원 중 절반인 3억원을 삭감해 로케이션 지원사업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전국 자치단체가 영화, 드라마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상황에서 청주만 거꾸로 가고 있다.지역 예술계는 그동안 힘들게 이뤄낸 청주시 노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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