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동희 청주시 오근장동 주무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창가에 쌓여 있는 종이컵 하나를 꺼내고, 커피믹스 한 봉을 뜯어 종이컵에 붓는다.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저은 커피를 조금씩 마시며 익숙한 단맛에 마음이 풀리는 기분에 취하는 것도 잠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양심이 따끔따끔 아프기 시작한다. 역시 일회용품을 너무 자주 쓰는 게 아닐까?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일회용품이 너무나도 많다. 앞서 말한 종이컵은 물론이요, 배달 음식을 시키면 몇 개씩 딸려 오는 나무젓가락. 심지어 언제부턴가는 배달 음식을 담는 용기도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십여 년 전쯤만 하더라도 중국집은 저마다 전용 그릇을 사용하고, 배달원이 일일이 그릇을 수거해 오는 방식을 고수하지 않았던가. 지금과 비교하면 그편이 환경에는 더 좋았겠으나,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배달원은 한번 갔던 곳을 다시 가야 하고 주방 직원은 그렇게 수거해 온 그릇을 일일이 설거지해야 한다. 드물게나마 그릇을 도둑맞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지금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얼마나 편리한가? 다시 찾으러 갈 필요도 없고, 적당히 헹군 다음 버리기만 하면 끝이다.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용하면 환경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사용하지 않기에는 너무 편리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환경오염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편리함만 좇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생산되어 나온 제품이라면 최대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역시 분리수거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비닐은 비닐대로, 페트병은 페트병대로, 종이는 종이대로, 캔은 캔대로, 유리는 유리대로. 최근에는 일회용품을 이용한 다양한 DIY 제품도 많이 소개되는 추세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이용해 만든 화분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다.

그러나 나는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에 모든 과정을 맡기는 지금의 방식이 과연 언제까지 통할 지 회의감이 든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 쓰더라도 재활용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종이컵을 쓰는 대신 머그잔을 사용한다고 해보자. 한번 쓴 머그잔을 다시 쓰려면 설거지해야 한다. 머그잔 하나를 씻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분 내외에 불과하겠으나, 이러한 일상 속 자투리 시간을 전부 합해본다면 어느새 현대인에게는 다소 부담되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특히나 직장생활과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1인 가구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김동희 청주시 오근장동  주무관
김동희 청주시 오근장동 주무관

이제는 환경을 위해 시민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또한 노력해야 할 때이다. 최근 라벨을 없애고 요철만으로 상표를 표시한 삼다수 같은 사례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기업은 일회용품을 생산하더라도 쓰레기가 덜 나오는 방법을 강구하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또한 꼭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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