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자영 충주중학교 수석교사

2월이다. 학교의 풍경은 학년을 마무리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교실에서 같이 웃으며 수업하던 학생들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 맞을 학생들을 기다리는 설렘이 공존한다.

설 명절을 맞아 옛 제자들의 안부 연락이 왔다. 휴대전화 너머 잘 지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반갑다. 첫 발령교였던 제천산업고에서는 첫해 아이들과 2년 연달아 전기과 담임과 학생으로 만났다. 그 학생들이 벌써 나이 마흔이 되었지만 아직도 교복 입고 다니던 십 대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월이면 학생들 모습이 유독 떠오른다. 제자들 결혼식에 가서 축하하고, 딸내미를 낳았다는 제자를 보러 산부인과로 갔다. 아기 옷을 사는 내 마음이 왜 떨릴까? 아직 붓기가 있는 제자를 안아 주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전화하던 학생이 중학생 아이 엄마가 되어 있고, 지각 단골이던 학생이 청소업체 사장님이 되어 명함을 건넨다. 몇 주 전에는 37살 동생을 하늘 나라로 먼저 떠나 보낸 제자의 무거운 슬픔을 장례식장에서 마주했다. 사이가 좋았던 남매라 동생을 떠나보내기가 더 힘들었으리라.

작년 2월 산남고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보낸 고3 아이들과 입시의 긴 터널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의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모자를 높이 던지며 지르는 함성에 그동안 자신을 옥죄고 있던 무게에서 자유롭길, 앞으로 훨훨 날갯짓하길 바라는 응원을 전했다.

졸업하고 일 년이 지난 지금, 홍보광고학과에 진학 후 공모전에 친구들과 공동작품을 출품하고 협업의 힘을 느낀다는 소식, 서울에서 전문대학을 다니며 미용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 치위생과를 다니다 새로 대학에 입학한다는 소식, 스페인어를 배우러 중남미로 어학연수를 간다는 소식…….

자신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교직에서 만난 한 명, 한 명의 멋진 학생들을 보면 교사이기 전에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나면 번개 모임 하자! 정동진으로 기차여행 가자! 몇 년 후 30주년 기념 반창회 하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다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네.

우리가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

우리는 얼마나 함께 할 수 있을까?

후후, 이제 그런 것은 상관없네.

단 하루라도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만 있다면 ……. -'샤를의 모험' 중에서-

김자영 충주중학교 수석교사
김자영 충주중학교 수석교사

그림책의 한 부분처럼 여운이 있는 만남이 있다. 학교에서 같이 보낸 시간의 길이보다 인연의 향기는 진하고, 오래 간다.

2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잘 이별하길, 3월! 소중한 만남으로 시작하길, 모두의 안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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