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은지 문화부장

청주시 중앙동 소나무길(청주시청~사직대로) 일대에 총 13곳(소공연장 8곳, 갤러리 5곳)의 문화예술공간이 마련됐다. 지난해 청주시가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을 통해 새롭게 시민들과 마주하는 곳이다. 잠자고 있던 거리는 아기자기한 소품샵과 일본식 선술집,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커피숍까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들썩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연극부터 클래식공연, 어린이 뮤지컬, 마술과 사진갤러리, 공예와 설치미술,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취향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예술인들을 만나고 공간을 소개하고,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며 변화의 흐름을 살펴봤다. 현재까지 보도된 10곳을 살펴보면 요일별로 특색있는 무대와 지역에서 활동중인 음악인들에게 문을 열어놓은 '북문누리아트홀'을 시작으로 사진전문 갤러리를 표방하는 '예술곳간', 40여년 연극인의 길을 걸어오며 청주 연극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정심아트홀'을 차례로 만났다.

뿐만 아니라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출장공연을 다니다가 어린이 전용 뮤지컬 공간을 마련한 '오즈아트홀', 썸머페스티벌로 클래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AG아트홀', 중앙시장 골목에 위치한 '그림시장'도 세대별로, 취향별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젊은 연극인들을 주축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예술나눔터'와 멀게만 느껴진 한국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공간, 춤', 설치미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도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소요공간', 마술을 소재로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더 퍼포머 마술극장'도 있다.

다양한 장르가 모여 365일 내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시각 이면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상존하고 있었다. 사업 초기이다 보니 관객들의 관심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공연관람료를 선뜻 내어놓지 못하는 문화도 엄연히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어떤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지 모르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더욱이 아쉬운 점은 8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형성된 임대료다. 방치된 공간, 쇠락한 도시의 골목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노력은 오롯이 예술인들의 열정페이로 대체됐다. 선정된 13곳의 예술단체 대표들은 수익금을 가져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관람료로 받은 돈을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 초기 예술단체 대표들이 아닌 건물주나 임대인들을 모아놓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면 예술인들이 사업지속여부를 고민할 시간에 공연·전시 기획에 매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 중 서울에서 소위 명문대를 다니며 대학로 연극을 종종 즐겨봤다던 한 분은 "청주에서는 집도, 자동차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서울보다 많은데 정작 초대권이나 공짜티켓을 기대하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면서 "소공연장과 갤러리가 곳곳에 들어선 만큼 그런 습(習)을 벗어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는 말은 이 사업의 취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은지 문화부장
박은지 문화부장

동년배로 보이는 세명의 여성들, 아빠와 딸, 시험이 끝난 학생들과 선생님, 애인과 함께 온 중년의 신사 등 지난해 연말 소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갤러리를 탐방하며 오래도록 전시작품에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다시 봄이 오고 있다. 2년차로 접어든 문화예술공간의 중앙동 소나무길에도 새로운 봄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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