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 및 빈곤예방을 위한 대표적인 사회복지정책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국민연금법을 제정하고 1년 뒤인 1988년 1월부터 국민연금법을 시행하여 본격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로 돌입하였다. 당시 법제·개정의 목적을 보면 "국민복지연금법이 1973년 12월 24일에 제정된 이래 그 시행일을 미루어 왔으나 그동안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대부분의 가족구조가 핵가족화됨에 따라 절실하여진 국민의 로후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장에서의 각종 사고로 인하여 소득능력을 잃은 자등에 대한 생활보장을 위하여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려는 것임"이라고 명시되어 그간에 정해진 법을 새롭게 정비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현재 36년의 역사를 가진 비교적 오래된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최초 도입된 국민연금은 10인 이상 사업장의 '18세 이상 - 60세 미만' 근로자 및 사업주가 우선 가입대상이었으나 이후 상시근로자 5-9명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로 확대 적용되었고 1995년에는 농어촌지역(군 지역)과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 및 사용자에게도 가입자격이 부여된다. 1999년에는 도시지역으로 가입자격이 확대되고 2003년에는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 및 근로자 1인 이상 법인 등이 포괄되는 등 점차적으로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확대·강화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정책으로서의 의미가 모양새 있게 취해지게 된다. 물론 그 이면에는 IMF경제위기와 실업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남아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대발전한 국민연금은 2022년 말 현재 2,249만 7,819명의 가입자와 667만 4,143명의 수급자를 가진 거대 조직체계로 거듭났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의 그늘아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반작용도 만만치않다. 대표적으로는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이해, 진실 등을 통해 나타나는 '용돈수준의 급여, 미래 세대 갈취, 노인에게만 유리한, 저소득을 위한, 언젠가는 고갈될'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급여라는 것이다. 이는 노인세대의 높은 급여 만족도와 반비례하여 청년들의 국민연금가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국민연금 가입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따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저소득층, 비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가입율은 낮다. 또한 급여유형별, 성별, 지역별 노령연금수급액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가입기간일 길수록, 더 많이 납부할수록 더 큰 액수를 받을 수 있게 설계된 국민연금의 제도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노인세대는 연금을 더 늦게 수령하고 더 오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액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반대로 청년세대는 더 빨리 가입하여 더 오랫동안 납부하는 것이 유효한 생존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격이 개시됨과 동시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제기된 '18세가 되면 모든 청년에게 생애 첫1개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은 최근 국민연금이 홍보하고 있는 국민연금 더 많이 받는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덜 내고 덜 받자, 또는 혹시 못 받을지도 모르는 국민연금을 구태여?'라는 청년세대의 불신들이 녹아있다.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지난 지방선거 때 선거공약을 수집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를 위한 공약으로 '18세가 되는 청주시민 또는 충북도민에게 최초 1회 또는 1년 치 국민연금보험료를 대납하여 국민연금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가입자격이 사업장·지역가입자 외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가입신청을 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인 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최초 가입시기가 빠르다면 추가납부 등의 방법을 통해 언제든지 개인이 가입기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아주 쉽게 기각되었다. 왜냐면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너무 팽배해서 국민연금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여기에서 생기는 딜레마 하나, 다수에게 이로운 정책을 당사자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할까?, 정치가는 대중을 따라가야만 할까, 혹시 선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참 어려운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그런데 경제적 측면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요즈음 대부분의 식당에 가면 테이블에 키오스가 장착되어있다. 어떤 매장은 테이블에 앉아서 메뉴를 선택하고 또 어떤 매장은 카드로 일괄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을 구비하기도 하였다. 커피숍은 현금없는 매장을 지향하며 키오스크를 통해 비대면, 카드결제를 유통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 기계 또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참 불편하다. 돈이 있어도 음료수 한잔 사 마실 수 없고 기계 작동법을 몰라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장애인, 노인들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을 주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편한 사람은 존재한다. 그리고 비대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니 그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가 세대 간 불편감으로 작용한다. 아주 쉽게는 단축어를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자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비스 이용자의 상호 괴리감과 같은. 그럼에도 키오스크의 확장세는 무시 못 할 수준이고 이에 대한 이용자의 불편감은 세대의 변화에 따라 감내해야만 하는 자극 정도로 이해된다. 그 이면에는 경제적 불황에 따른 인건비 절감, 이에 대한 상호 이해 등이 존재하리라.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통용되지 못하는 상호이해가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유효한 전략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경제적 논리가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피해자 없는 정책보다 우선시 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즈음에 우리의 선택지를 미리 체크하고 제시하는 모습으로 눈에 보이는 경제, 보이지 않는 이익을 창출해야겠다.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판단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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