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곡천 송전탑 같은 장소… 4월 부화 전망

번식기를 맞아 충북 진천 백곡천 상류를 찾은 황새 부부가 둥지 틀기에 바쁘다. 이들은 현재 둥지 안쪽 재료를 주로 물어 나르는 것으로 보아 둥지 틀기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성식
번식기를 맞아 충북 진천 백곡천 상류를 찾은 황새 부부가 둥지 틀기에 바쁘다. 이들은 현재 둥지 안쪽 재료를 주로 물어 나르는 것으로 보아 둥지 틀기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황새의 고향' 미호강에 또다시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찾아와 둥지 틀었으나 시기가 너무 늦어 번식에 실패했던 '진천 백곡천 황새 부부'가 새봄을 맞아 다시 찾아왔다. 오자마자 둥지 틀고 짝짓기까지 해 기대감이 크다. 미호강 상류에서 한반도 마지막 수컷 텃새 황새가 밀렵꾼 총에 희생된 뒤 볼 수 없게 된 어린 황새의 모습을 53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발로 쓰는 금강별곡'을 연재 중인 중부매일 취재팀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미호강 수계인 충북 진천군 백곡천 상류에서 둥지 틀고 있는 황새(학명 Ciconia boyciana,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한 쌍을 확인했다. 둥지를 트는 곳은 지난해 둥지 틀었던 송전탑(진천군 백곡면 용덕리 산 56-1) 위이다.

앞서 취재팀은 지난해 6월 같은 장소에 둥지 트는 황새 부부를 처음으로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둥지를 완성했지만 번식기가 지난 시기여서 번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황새가 올봄에 다시 찾아와 둥지 틀 경우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기대는 적중했다. 황새 번식쌍이 올봄에 찾아와 실제 번식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확인 결과 이들 황새 부부는 2월 10일쯤 찾아와 둥지 틀기 시작했으며 모두 다리에 개체 고유번호가 새겨진 가락지가 부착돼 있다. 예산황새공원이 야생증식한 개체란 증거다. 하나는 B93(수컷), 다른 하나는 E16(암컷)이란 고유번호를 달고 있다. B93은 '생생', E16은 '태안'이란 이름을 갖고 있으며 둘 다 2020년생 동갑내기다.

지난해엔 암컷이 E49였는데 올핸 바뀌었다. 번식지 도착이 늦어졌거나 사망 등의 사고가 있을 경우 짝이 바뀐다고 알려져 있다.

둥지 트는 도중에 짝짓기하는 황새 부부. 머지않아 둥지 틀기를 마치고 알을 낳아 알 품기에 들어갈 전망이다./김성식
둥지 트는 도중에 짝짓기하는 황새 부부. 머지않아 둥지 틀기를 마치고 알을 낳아 알 품기에 들어갈 전망이다./김성식

이들 황새 부부는 현재 나뭇가지보다는 부드러운 재료를 더 많이 물어오는 것으로 보아 둥지 틀기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둥지 안에서 짝짓기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예산황새공원 측은 밝은 전망을 내놨다. 예산황새공원 야생복귀연구팀 김수경 박사는 "지난해엔 너무 늦게 둥지 틀어 번식을 못했지만 올핸 번식기에 맞춰 둥지 틀고 또 짝짓기 행동까지 보이므로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둥지 틀기를 마치면 곧바로 산란해 알 품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알은 보통 2~5개가량 낳으며 31~35일에 걸친 알 품기 과정을 거쳐 새끼를 부화하게 된다. 따라서 오는 4월쯤에는 '미호강이 고향인 어린 황새'가 태어날 전망이다.

1971년 4월 4일 미호강 상류에 살던 우리나라 마지막 텃새 황새 번식쌍 중 수컷이 밀렵꾼 총에 죽음으로써 번식이 끊긴 지 53년 만에, 또 수컷이 죽자 졸지에 '음성 과부황새'라는 뼈아픈 이름으로 불리다가 끝내 1994년 9월 23일 숨을 거둠으로써 한반도 텃새 황새가 완전히 대가 끊긴 지 30년 만의 일이다.

김수경 박사는 "황새 번식쌍이 찾아와 번식 활동에 들어간 만큼 주민들은 관심을 갖고 쫓는 행위 등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지자체에서도 서식지 보호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예산황새공원은 송전탑을 관리하는 한국전력공사 측과 협의해 황새의 안전사고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황새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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