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월 19일, 충북대 병원 복도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중부매일DB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월 19일, 충북대 병원 복도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중부매일DB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정부는 지난달 29일까지 현장 복귀를 거부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지난 정부처럼 의사와 전공의 집단행동에 물러서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2020년 의대 정원을 최대 400명까지 한시적으로 증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사들이 집단 휴진하고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자 철회했다.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수련병원 현장 점검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면 5일부터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할 예정이다.경찰은 지난 1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의사협회를 압수수색했다.

전공의는 정부의 강경 압박에도 의대 증원 철회를 고집하며 업무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5일 현재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이탈한 8천945명 가운데 7천854명이 미 복귀한 것을 나타났다.의사들도 동참했다.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서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계획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의료 현장의 국민 불편과 불안을 해결하길 원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파업으로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가뜩이나 의사가 부족한 비수도권 병원은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자 비상진료체제에 들어갔다.수술 예약은 절반이나 취소됐다.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 병원은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하지 않았다.5일 현재 현장을 떠난 116명 중 3명 만 돌아왔다.여기에다 신규 임용 예정인 수련의 35명이 임용을 포기했고 전임의 9명도 지난달 계약이 종료돼 1명 만 근무하고 있다.전공의가 이탈하자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33%로 줄었다.

청주성모병원은 파견 전공의 14명이 출근하지 않았다.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달 수련의 9명의 계약이 종료됐다.청주효성병원은 전공의 4명이 미 복귀해 수술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무너진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공공 의료를 살리려면 의대 정원 증원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OECD 국가와 비교해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다.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전국 40개 대학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3천401명 증원하겠다고 신청했다.충북대는 49명에서 250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4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투쟁을 멈추고 무조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국민 생명은 협상 대상이 아니며,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신 정부는 전공의 처우 개선, 수가 인상, 의료사고 특별법 제정 등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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