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시선 수필가·옥산중 교장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책은 종이책을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적으니 출판업계도 울상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독서 문화가 바뀐 탓일 수도 있다.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를 놓고 그 장단점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좋은 글을 읽는 것이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글도 좋은 글이다. 그러나 어떤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기쁨이 솟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글이다. 좋은 글을 모아놓은 것이 책이다. 아무 글이나 엮어놓는다고 책이 되지는 않는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아서 심금을 울리고, 아무 때나 읽어도 무릎을 치게 하는 글이 있다면 무얼까. 그게 바로 고전이다. 특히 인문 고전이다. 훌륭한 사람은 가만히 보면 고전 읽기를 통해 위인이 되었다.

공자는 위편삼절이라 하여 책 가죽끈이 세 번 끓어지도록 책을 읽었고, 세종은 백독백습이라 하여 백 번 읽고 백 번 썼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정독하고 발췌하고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었고, 링컨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 전기와 성경을 늘 읽었다고 한다. 그 결과, 공자는 논어를 남겼고,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나폴레옹은 그 유명한 법전을 편찬하였고, 링컨은 노예 해방이라는 큰 획을 그었다. 이 네 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좋은 글을 읽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 책이 다 인문 고전이었다는 사실이다. 고전 독서의 힘은 그토록 대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며, 그 교육을 완성하는 것은 독서이다.' 결국 독서가 사람을 변화키고 세상을 바꾼다. 공자는 동양 세계를, 세종은 조선을, 나폴레옹은 유럽 세계를, 링컨은 미국을 바꾸었다.

인문 고전, 사람에 관한 책이다. 그 속에는 깊은 철학과 고뇌가 스며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지고, 이에 대하여 끊임없이 대답하고 또 묻는다. 또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고전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상과 추론에 빠진다. 인간 본질에 더 가까이 가고, 결국 자신을 성찰한다. 한마디로 온고지신이다. 논어 위정편 11장에서 공자는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공자 자신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공자는 아주 지독한 인문 고전 독서가였다. 세종도 마찬가지. 그의 애민 정신은 인문 고전을 통해서 터득했을지 모른다.

나를 돌이켜본다. 나에게 고전은 무엇인가. 중고등학교 때의 삼국지와 데미안, 대학 때의 탈무드와 소크라테스의 최후,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논어와 훈민정음. 이 책들은 내 인생의 고전이다. 지금도 보면 또 새롭다. 그 한마디가 촌철살인이다. 정신을 번쩍 들게도 하고,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다가와 영혼을 위무하기도 한다. 나의 독서는 처음에 앉은뱅이책상에서 시작했다. 이것이 없을 때는 밥상을 놓고 읽었다. 나중에 철제 책상을 아버지가 사주었을 때는 날아갈 듯했다.

모두 종이책이었다. 줄을 치고, 메모하고, 이해가 안 될 때는 사전을 찾으며 읽었다. 어떤 책은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고전이란 그런 책이었다. 책을 읽다가 엎드려 자기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꿈을 꾼다. 가끔 공자나 세종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자다 보면 팔이 저려온다. 정신을 차려 퍼뜩 깨면 책갈피에 침이 흥건히 고여있다. 어느덧 새벽이다. 문득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최시선 수필가·옥산중 교장
최시선 수필가·옥산중 교장

나는 학생들에게 늘 독서를 강조해왔다.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가. 그러면 독서를 해라. 그중 인문 고전을 많이 읽어라. 요즘 충청북도교육청에서 벌이는 인문 고전 읽기 운동은 시의적절하다. 언제나 책봄, 이 말도 참 신선하다. 중·고딩들이여. 책, 책, 인문 고전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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