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복섬 제천고등학교 수석교사

며칠 전, '제베리아' 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시베리아만큼 추운 제천을 빗대어 '제베리아'라고 한단다. 그 말에 걸맞게 남부지방은 꽃축제가 시작이라는데 여기는 2024년 3월에도 추위가 여전하고, 심지어 3월 첫 주에 눈도 내렸다. 제천의 추위를 아는데도 늘 2월 말과 3월 초는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기를 바란다. 제천에 오는 많은 신규교사와 전입 교사들이 새 학교에 오면서 갖게 되는 긴장감이 추위로 더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새 학년 준비 기간에 조금은 과하면서도 격하게 신규교사와 전입교사를 맞이해 왔다. 올해도 나의 의도가 제대로 전해졌는지 경력 30년차의 전입 선생님도 격한 환영과 친절에 감동을 받았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애써 준비한 새 학년 준비 기간의 프로그램 중 한 꼭지인 마음 열기와 친교가 제대로 된 것 같아 나름 뿌듯해진다.

나는 학교가 친절했으면 좋겠다. 특히 3월에는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3월은 학사력 1년이 시작되는 달이다. 시작은 많은 사람을 설레게도 하지만 낯선 감정에 힘들게도 한다. 신입생, 신규교사, 전입 교사에게는 사람도 장소도 낯설다. 경력이 있는 교사들도 학교마다 체계가 다르니 낯설고 서툴다. 반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모든 것이 익숙하다. 그래서 모든 절차와 행동이 당연해서 설명과 배려를 놓치는 우(愚)를 범한다.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신규 선생님에게는 급식소, 특별실을 안내하는 중학교 신입생 담임교사처럼 교사로서 해야 하는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도 전한다.

3월에는 무척 바쁘긴 하지만 매주 우리 학교 신규교사 6명의 연수를 진행한다. 또한, 수석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의 신규교사들은 지역에 있는 수석교사와 학교 간 학습공동체를 통해 연수가 운영될 예정이다. 지역에 있는 수석교사와 신규교사 간의 학습공동체는 수석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의 신규교사들을 도와주기 위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미있는 학습공동체이다.

제천에서 교직을 시작한 교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시작한 교사들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새 학년 준비 기간 중 우리 학교에 대한 소개 한 마디에서 2023년 신규 선생님이 '신규 사관학교'라고 말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제천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배 교사가 베푼 격한 친절과 배려가 그런 말을 듣게 했을 것이다.

이복섬 제천고등학교 수석교사
이복섬 제천고등학교 수석교사

2024년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정한 3월 사자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공감으로 맺어진 관계는 원활한 교육활동을 이루어지게 하고 갈등상황은 줄어드는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출발선에서 처음 시작했던 그때의 마음으로 3월의 모두를 대했으면 좋겠다. 3월 제베리아의 추위가 사람의 온기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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