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건설 '물흐름 변화'…상류 하천수 일부 도수터널 거쳐 만경강으로

금강 상류의 용담댐으로부터 용수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만경강과 고산광역정수장(화살표). 현재 금강 상류의 용담댐 물이 21.9km의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수계로 보내지고 있다./김성식
금강 상류의 용담댐으로부터 용수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만경강과 고산광역정수장(화살표). 현재 금강 상류의 용담댐 물이 21.9km의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수계로 보내지고 있다./김성식

댐 건설에 따른 금강의 물흐름 변화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금강의 상황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금강 중류에는 대청댐, 상류에는 용담댐이라는 다목적댐이 들어선 이후 물흐름의 판도가 변했다. 대청호의 물은 현재 충남 천안·아산시까지 공급된다. 금강 상류는 더욱 극적이다. 용담댐을 중심으로 금강의 현재 상황을 살펴본다.

금강 상류의 물은 현재 두 개의 강으로 흐른다. 일부는 본래 수계인 금강으로 흐르고 있고 일부는 수계가 다른 만경강으로 유입된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고 했는데 금강 상류에서만큼은 물이 산맥(금남정맥)을 가로질러 다른 수계로 흘러간다. 지난 2001년 전북 진안에 용담다목적댐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용담댐은 1990년 착공해 2001년 10월 준공했다. 총저수량 8억1500만톤으로 국내 다섯 번째 규모인 용담댐은 당초 사업목적이 전주권 및 서해안 개발지역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금강 중·하류부의 홍수피해 경감, 수력발전을 통한 청정에너지 개발 등이었다.

용수 공급 대상 지역은 전북 전주·익산·군산·김제·완주·군장산업단지·군산국가산단, 충남 장항·서천 등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금강 상류에서 동떨어진 금남정맥 너머의 지역들이다.

전북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에 있는 취수탑. 이곳에서 취수된 금강 상류의 용담댐 물이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수계로 공급된다./김성식
전북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에 있는 취수탑. 이곳에서 취수된 금강 상류의 용담댐 물이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수계로 공급된다./김성식

이들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특별한 시설이 들어섰다. 길고 큰 도수터널이다. 전북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에서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에 이르는 21.9km 땅속에 직경 3.2m 크기의 도수터널이 만들어졌다. 도수터널 끝에는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해 이곳에서 방류한 물을 고산광역정수장에서 받아들여 정수 과정을 거친 다음 각 공급지로 보낸다. 도수터널로 보내진 금강 물의 일부는 만경강을 통해 농업용수 등으로 공급하고 역할을 마친 물은 새만금 지구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금강 물의 만경강 방류는 만경강의 하천유량 고갈 문제와 수생태계 복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나아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 및 새만금 수변도시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전북특별자치도 및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 환경부 등의 노력과 협력으로 추진되고 있다.

용담댐 건설의 주요 목적이 '전주권 및 서해안 개발지역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었던 만큼 당시 수계의 개념은 처음부터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용수 부족난 해소가 최우선이었기에 금강 수계니 만경강 수계니 따지는 것은 시쳇말로 '배부른 소리'쯤으로 치부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용수 공급 대상 지역도 장항·서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행정구역(전북도) 내 지자체였기에 사업이 보다 수월하게 추진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물줄기가 된 금강 상류와 만경강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에 건설된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 금강 상류의 용담댐으로부터 공급된 물이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를 통해 만경강 상류로 방류되고 있다./김성식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에 건설된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 금강 상류의 용담댐으로부터 공급된 물이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를 통해 만경강 상류로 방류되고 있다./김성식

최근 들어 용담댐은 총방류량의 약 50~60%를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상류의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수자원공사(K Water)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용담댐 수문 현황을 보면 2023년의 경우 수문을 열었던 7월을 제외하고는 11개월 동안 총방류량의 약 47%씩을 금강 본류와 만경강으로 각각 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금강 본류보다 많은 양의 물을 만경강 쪽으로 방류하는 추세다. 지난 3월 11일의 경우 총방류량의 약 42%는 금강 본류로, 약 58%는 용담고산소수력발전소를 통해 만경강 수계로 방류했다.

금강 상류의 물 가운데 거의 절반에서 60%에 가까운 양을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수계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방류하는 것이지만 거의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강 상류와 만경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물줄기가 된 셈이다.

용담댐의 방류량은 2021년 8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대전시·세종시·충북도·충남도·전북도가 충청권 및 전북권의 안정적 용수 공급과 수질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오는 2030년까지 용수 배분량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합의함에 따라 전북권은 하루 135만톤을, 충청권은 하루 75만톤을 공급하되 기상 상황, 가뭄 등의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모호해진 만경강 상류와 발원지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강 상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강 상류는 이미 기능적으로 만경강의 상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맑은 물을 공급하는 주요 수원지로서의 기능은 금강 상류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금강 상류가 기능적으로 만경강의 상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만경강 발원지의 정체성과도 관련 있다. 만경강의 본래 발원지는 전북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의 밤샘이지만 금강 상류의 물이 유입되는 현 상황에서는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 발원지란 본디 강의 종점인 강어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강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비록 수계는 다르지만 인위적인 물길을 통해 금강 상류와 만경강이 서로 이어져 있고 실제 많은 양의 물이 유입되고 있기에 강의 시작점, 곧 발원지가 어딘지 혼동케 한다.

혹자는 이런 논리를 편다. 금강 상류와 만경강이 기능적으로 서로 연결된 상황임을 들어 발원지의 기능도 현 상황을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해서 전북 장수의 신무산 뜬봉샘이 금강 발원지이자 만경강의 발원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기능적인 면에서다. 비록 금강 상류는 하천수의 반쪽이긴 하나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과 하나의 물줄기가 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금강의 뜬봉샘이 실제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애매해진 하구 및 수계 구분

금강 상류가 두 개의 하구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계도(용담다목적댐 건설사업 안내표지판). /김성식
금강 상류가 두 개의 하구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계도(용담다목적댐 건설사업 안내표지판). /김성식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점도 파생된다. 금강 상류가 기능적으로 만경강의 상류이자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금강의 입장에서 보면 하구가 2개란 의미와 같게 된다. 이는 용담댐 팔각정휴게소에 설치된 용담다목적댐 건설사업 안내표지판의 수계도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사진 참조>

이 수계도를 보면 전북 장수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 물줄기가 용담댐을 분기점으로 일부는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상류로 흘러들어 서해안으로 유입된다. 또 일부는 금강 본류로 방류돼 금강하구에서 서해안으로 흘러든다. 이런 점에서 금강은 현재 2개의 하구를 거느린 특이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수계의 구분도 모호하다. 금강 상류의 물이 거의 절반에서 많게는 60% 가까이 만경강으로 방류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금강 수계와 만경강 수계의 구분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금강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금강 수계의 품 안에 만경강 수계가 편입된 상황이니 만경강이 금강 수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반대로 만경강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만경강 수계가 확장된 것이니 만경강 수계에 금강 상류가 편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성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