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표면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누어져 연간 수에서 수십 센티미터의 속도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움직이는 판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포개지면 판 내부에 힘이 축적된다. 이러한 힘이 지각에 가해져 탄성한계를 넘어서면 약한 부분이 순간적으로 급격히 파괴되면서 P파와 S파 같은 실체파와 지표면을 따라 전파하는 표면파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파동이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이 진동하게 되면 지진이 발생한다. 마치 나무젓가락 양 끝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외력을 가했을 때, 일정 구간까지는 구부러지다가 파괴되는 순간 파동이 발생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지진은 수 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진동하지만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지진 발생을 예측함으로써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지진이 발생하는 위치와 시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각의 구조와 변동이 매우 복잡하고, 지각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넓고 깊은 땅속에 관측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전조현상으로 알려진 현상들도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 결국, 예측할 수 없는 지진에 대비하는 방법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알려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파되는 지각의 진동을 자동으로 분석하여 신속하게 알리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기상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S파는 P파보다 이동속도는 느리지만 수직 방향으로의 진폭이 커서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지진조기경보는 S파보다 먼저 도달한 P파를 분석하여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2015년 지진신속정보 시행 이후 상세 지진관측망 확충과 자동분석, 통보 최적화 등을 통해 지진속보와 지진조기경보 발표 시간을 지속해서 단축해 왔다. 작년에는 최초로 10초의 벽을 깨고 5초까지 단축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피해가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 광역적인 지진 재난문자를 수신했을 때 발생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진 재난문자 서비스 범위를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하여 송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또한 기상청에서는 지진정보 분석 시간 단축과 정확성 향상을 위해 전국에 지진관측소를 조밀하게 설치하여 관측분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날씨누리 '온라인 지진 과학관'을 통해 지진 관련 과학지식, 지진 교육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친근하게 제공하고 있다. 평소 지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를 알아둔다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반도는 더는 지진 안전지대라 하기 어렵기에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것이며, 기상청도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