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다은 진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한다고 하면 선거와 관련한 질문들을 간혹 받는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부정한 방식의 선거 개입 주장의 사실 여부를 많이 묻고는 한다. 지금까지 많은 해명자료가 보도됐음에도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주변에서 자주 접한 부정선거 관련 유형은 '투표함 바꿔치기'와 '투표지분류기 조작'이다. 이에 대해 해명하며 이번 선거에서 바뀌는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투표함 바꿔치기'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보자. 선거일에 투표가 시작되기 전 각 후보자(정당) 측에서 선정한 투표참관인이 투표함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투표가 진행되는 중에는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다수의 투표참관인뿐만 아니라 투표소를 방문한 선거인에 의해서도 감시를 받는다. 투표소에서 개표소(사전투표의 경우 우체국과 각 선거관리위원회)로 투표함을 이송할 때는 투표관리관과 사무원, 투표참관인에 호송 경찰까지 동반해 이동한다.

관내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별도로 구획된 공간에 보관된다. 해당 장소에는 보관상황을 24시간 녹화·기록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한다. 이번 선거에서부터 CCTV에 대한 접근성이 전면 개선된다. 예전에는 위원회 업무시간 중 상황실을 방문해 열람할 수 있었으나, 이제 시·도위원회에 CCTV 화면을 24시간 송출하는 모니터를 설치해 언제든지 CCTV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관내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을 개표소로 이송할 때에는 위원회 직원이 개표참관인, 경찰, 정당에서 추천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함께 이동한다. 이렇듯 투표함은 설치부터 보관, 이송까지 외부 감시가 작동하기 때문에 '투표함 바꿔치기'는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투표지분류기 조작 의혹'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투표지분류기는 네트워크에 연결돼있지 않다. 투표지분류기에서 분류된 후보자별 투표지가 바로 최종 결과로 집계되는 것도 아니다. 투표지분류기는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작업만 진행한다. 분류된 투표지는 심사집계부 사무원이 심사계수기를 이용해 전량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집계되며, 여러 확인 절차를 거쳐 그 결과가 공표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 투표지분류기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국회의원선거부터는 심사집계부에서 사무원이 한 장 한 장 손으로 세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도입한다. 심사계수기 사용에 앞서 한 번의 확인 과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정다은 진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정다은 진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며칠 전에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묻는 사람을 만났다. 팩트에 기반해 차근차근 설명하니 지인도 수긍을 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부정적인 것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선거에서 개선되는 선거절차를 통해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면 한다. 또한 유권자의 관심이 선거절차뿐만 아니라 후보자와 정당을 중심으로 생산적인 정책경쟁의 장이 되고 공약을 이행하는 책임정치가 구현되는 일련의 과정에도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과 정치문화 발전은 깨어있는 시민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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