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왔다. 이번 선거를 통해 254명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46명의 비례의원을 포함하여 300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이미 양대 거대정당은 지역구 의원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양당정치의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며 주목할만한 신생정당들이 어느 선거보다 많이 등장하였고, 더욱이 정권에 대한 강력한 평가를 내세운 정당도 등장하면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마다 그리고 후보들마다 국민들을 위한 최고의 적합한 인물이 자신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정치인들의 핵심 임무는 무엇인가? 경제적 부유함을 가져다 주는 것인가? 선거철만 되면 '경제'에 관한 공약은 끊임없이 나온다.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말하기도 하고, 중앙예산 확보를 통한 산업기반 구축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법과 지침을 비롯한 여러 제도들을 통해 경제성장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겠지만, 부(富)를 창출하는 것은 경제인들의 몫이지 어찌 정치인들의 핵심적인 임무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정치의 핵심임무일까? 국민들의 삶의 질(質) 향상을 위한 것이 정치인들의 핵심 임무일까? 물론 중요한 임무이다. 핵심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질이 과연 이루어졌는가는 평가가 모호하고, 상대적 빈곤과 같은 현상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삶의 질이라는 광의적 의미의 공약보다는 보다 구체성을 지닌 공약들을 내세운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서는 정치의 핵심 임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바로 국가와 사회의 '정의로운 질서' 확립이 정치의 핵심임무라 밝힌다. 아우구스티노(354-430)는 "정의에서 멀어진 국가란 거대한 강도떼가 아니고 무엇인가?"라 말하기도 하였다. 정치인들이 정의를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에게 해악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정의를 추구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을 오히려 약탈해 가는 범죄자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의(正義, Justice)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정의의 여신 유스티시아(Justitia)에서 유래되었다. 정의는 알반적으로 평등의 실현을 주요 가치로 여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은 평등이며,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평균적 정의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이 사회에 대한 의무에 관한 일반적 정의, 그리고 개인의 능력이나 사회의 공헌도에 따른 대우를 받는 배분적 정의로 나눠 설명하기도 한다. 1215년 영국의 대헌장(Magna Carta)에서 이미 정의의 실현을 위한 인간의 권리가 문서화되었다. 이후 역사 안에서 끊임없이 정의의 실현을 위한 인권의 역사는 성장하였다. 신자유주의 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사회 안에서는 기회의 균등 또한 정의실현의 주요한 주제도 등장하였다.

정치인은 분명 합법적인 권력을 갖는다. 그 권력은 당연히 국민이 부여해 준 것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허락된 권력이다. 그리고 허락된 기간동안 정의의 실현을 위해, 보다 본질적으로 평등한 국민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국민, 즉 존엄한 인간이 자리잡고 있다. 정의는 사랑의 최소한의 표현이라고 한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제하고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치의 핵심임무가 정의의 실현이라 말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담긴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강도떼에 지나지 않는 자인지 올바로 식별하기 위해서 '이성의 정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가톨릭교회는 아울러 말하고 있다. 정의의 실현은 단순히 정치인들만의 몫은 아닌 것이다. 국민들 또한 이성적 판단을 통해 정의로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자에게 권력을 허락해야 하는 것이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정치인들의 올바른 자기 인식을 통한 애민의 정치가 실현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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