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반쪽에 보내는 러브레터
그 여름날의 치자와 오디 / 김연 / 실천문학사
‘나도
한때 자작나무를 탔다’로 제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연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내면을 교류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치자’와 ‘오디’라는 아이디로 만나는 두 주인공은 성적 소수자이자 여성주의자. 이들은 일인칭 화자가 돼서 팍팍하고
버거운 일상의 정황을 고백하듯 들려준다. 치자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학원강사로서 끝없는 빈곤과 가부장제 폭력에 찌들어 수시로 죽음 충동을
느끼고, 대학교수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딸 오디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애니메이터다.
환경과 성격, 외양 등 겉모습은 판이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서른 살이며, 미래 없는 비정규직이고 성적
소수자이고 무엇보다 ‘여성과 동일시하는 여성’이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억압, 폭력, 차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하고 아파하는 이들이
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348쪽/ 9천800원.
김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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