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경영 실천 ㈜수림 권순오 사장

국내 최고 사무가구 회사인 퍼시스 계열사인 (주)수림의 권순오(55)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이다.

혼자만 즐거운게 아니라 100여명 직원들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골몰하고있다.

올 여름엔 공장에 팥빙수기를 들여놓았다. 1주일에 두 차례 전 직원에게 팥빙수를 제공하면 다소나마 무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서다.

▲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일터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수림의 권순오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용수
요즘 경영계 화두로 떠오르는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충북 충주시 가금농공단지의 (주)수림을 찾았다.

"좋은 품질은 행복한 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게 권 사장의 신조다.

37년전 보루네오 통상에 입사해 13단계를 거쳐 지금은 (주)수림의 대표이사에 오른 권 사장은 인터뷰 내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처음 직장생활땐 선배들에게 맞아가며 배우느라 눈물 흘린 적이 참 많았지요. 하지만 순간은 몰라도 그렇게 배운게 오래 가지 않더군요"라며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다보니 생산성이 20% 이상 오르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번은 한 여직원이 이 회사에 근무한 지 몇달만에 살이 6㎏ 빠졌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그는 "더 이상 공장이나 작업장에 출근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예 '수림 헬스클럽'에 운동하러 오는 기분으로 출근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사장이 직접 정문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차와 다과를 제공하고 있다.

(주)수림에는 슈퍼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전반기, 하반기로 나눠 팀별로 족구, 배구, 게이트볼 풀리그전이 펼쳐지고 있다. 차례로 줄을 서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끼면서,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승팀에게는 상당액의 상금이 기다리고 있다.

(주)수림은 개인적으로 애경사비를 지출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우회를 운영하고도 있다.

게다가 6억5천만원의 기금을 출연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영, 자녀 학자금과 주택자금을 대출하고도 있다.

사내행복지수를 높이기위한 노력은 음악방송, 소모임 지원, 행복통신, 인터넷 까페 등 사내 커뮤니티 운영으로 활력을 넣어주고 있다.

권 사장은 "발렌타인 데이에 직원들로부터 받는 초코릿만 라면박스로 두 박스가 넘는다"며 "다음달 화이트 데이엔 사탕을 사서 전 직원에게 나눠주느라 돈이 적잖이 들지만 즐겁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는 "아마 직원들이 조장이나 팀장보다 자신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누가 먼저 챙겨주는게 중요하지 않지만 늘 부족한 사장을 이해해주는 직원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림의 행복은 봉사활동에서 더욱 빛난다.

매달 한 차례 이상 전 사원이 충주시 주덕면, 가금면에 있는 '나눔의 집', '주덕 사랑의 집', '가금 사랑의 집'을 방문해 청소나 농사,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 농번기나 수해로 이웃이 어려울 때도 항상 달려가고 있다.

또한 (주)수림은 (주)퍼시스와 함게 함께 출연한 목훈 재단을 통해 매년 20명의 충주시 고등학생들에게 연간 2천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1년에 두차례 150여명의 직원이 헌혈에 참가해 헌혈증을 기증해오고도 있다.

이같은 사회공헌활동은 수림인의 자부심이 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하는 (주)수림의 이념이기도 하다.

윤리경영, 자부심에 이어 수림의 또 하나 경영이념은 윤리경영이다.

1999년 설립 이후 무차입경영을 실천하면서 신뢰와 정직을 쌓고 있다. 300여개 되는 납품 협력사의 회사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흔한 구두티켓이나 접대 등 부조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너무 각박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으나 몇해 거듭되면서 최고 제품만을 납품하는 원칙이 세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주)수림의 애로사항이 없는 걸까.

국내 가구업계도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판매와 밀려오는 중국산 가구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가구업계는 원재료에 부과되는 7∼8%의 수입관세의 부담과 무관세로 들어오는 외국 유명 브랜드 가구와 경쟁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수출액은 3천억원이나 수입액은 7천억원으로 가구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적자국가로 전락한 처지다.

권 사장은 수차례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원자재 관세 철폐 등 업계 애로사항을 건의해놓고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못하고 있다.

학력 인플레에 따라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대졸자들이 현장근무를 기피하거나 고액의 임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인력수급의 어려움도 (주)수림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지자체의 공장인허가 과정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위해서는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업의 입장에 선 제도개선과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수래 공수거를 새기며 퇴직후에는 (주)수림의 경비를 서고 싶다는 권 사장.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기위한 일이었기에 가구업계 30여년이 늘 새롭고 즐겁다는 권 사장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부지런함과 아이디어의 차이"라며 돈보다는 일을 찾을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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