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용퇴해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 입니다"

대전시 간부들 가운데 제 목소리를 냈던 유상혁(57) 환경녹지국장이 29일 후배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새 삶을 찾기위해 명퇴를 신청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명퇴의 변으로 "저 여기까지 왔다가 훌훌히 또 어디론가 떠납니다. 다 덧 없습니다" 라고 소회한 뒤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기보다는 어깨가 더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모두가 됐으면 한다" 고 밝혔다.

그는 "강물도 흐르고 세월도 흐르고 인생도 흐릅니다. 가다보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 때 환히 웃자구요" 라며 '뭔가 열심히 할려고 했던 사람' 이라고 끝맺어 허허로움이 베어 났다.

직원들은 이를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기자들도 유 국장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 국장은 '70년 토목직으로 입문한 뒤 시건설관리본부장, 도시국장 등 도시계획통으로 잔뼈가 굵으면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학구열에 덕망까지 갖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비움과 버림' 은 48년생 서기관급 간부들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어느 조직이든 남아 주길 원하는 사람은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빛을 내고 떠남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떠나야할 사람은 거머리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게 세상사이고 보면 그의 용퇴는 더욱 빛난다.

실례로 땅 투기 귀재로 수백억원 자산가인 A모 과장은 직원들의 질시에도 태연스럽다. 그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이곳 저곳이 개발될 것이라며 꿰고 있는등 '돈 자랑'을 늘어놓아 모르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 조직에서는 사표를 냈으면 하는 눈치인 데도 법이 정한 정년을 마친다는 A과장의 신념은 가상하기만 하다

사람은 중년을 넘어서면 '잃어버리는 것' 에 대해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을 큰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 중년 이후에도 지탄받고 이기(利己)에 메달리면 누구나 유치하고 추한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유 국장의 '행복하게 나이 듦' 의 실천은 더욱 대조된다. k2@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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