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제2사회부장
제임스 카메룬감독의 '타이타닉'은 아름답고 슬픈 영화다. 비수같은 추위가 엄습하는 대서양에서 생사의 기로에선 연인의 이별장면은 수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타이타닉의 침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상 재난사고로 기록됐지만 배가 항구를 출발할 때 만해도 그 누구도 비극을 상상하지 못했다.

'하나님도 침몰시킬수 없다'는 말이 나올만큼 이전에 건조된 유람선에 비해 가장 웅장하고 안전했으며 첨단장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타이타닉도 1천5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뉴펀들랜드해역에 가라앉았다.

침몰 원인에 대해 알려진것만 해도 수십가지에 달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최근 충주호관광선이 정원을 크게 초과한채 운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464명 정원에 무려 900여명이 탔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오토바이, 버스, 비행기, 유람선등 대중이 이용하는 모든 운송수단엔 일정한 정원이 있다. 특히 비행기나 유람선은 반드시 정원을 지켜야 한다. 사고위험이 크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대형사고가 발생한것은 일일이 사례를 들수 없을만큼 많다. 멀리 갈것도 없다. 바로 충주호에서 대형참사를 빚었기 때문이다.

13년전인 지난 1994년 10월24일 충주호관광선이 단양군 단성면 수양개 구석기 유적지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참사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고현장은 아비규환에 다름아니었다. 많은 피해자들이 유독가스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채 선채 내부에서 창문을 두들기다가 질식사해 불에 타 형체를 알아 볼수 없었으며 일부는 몸에 불이 붙은채 충주호로 뛰어들었다.

관광선을 화재에 약하고 유독성이 있는 FRP자재로 건조하고 정원을 초과한 승객들이 출입문이 양쪽으로 두개뿐인 선실에 있다가 화재가 나자 한꺼번에 출입문으로 몰리면서 피해가 커진것이다.

이날 사망한 사람중에는 주말을 맞아 갓돌을 지난 아이와 함께 놀러온 젊은 부부도 있고 회갑여행을 온 노부부도 있었으며 모처럼 계모임에 참석한 주부들도 있었다. 당연히 유가족들이 몰려온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YS의 최측근으로 정권의 실세였던 최형우내무부장관이 사고현장에서 유가족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참사의 원인도 천재가 아니라 인재였다. 충주호관광선이 정원만 승선시키고 원칙에 입각해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으면 참사는 방지할 수 있었다. 또 단양선착장에 파견나왔던 공무원이 정원에 맞춰 승선자 명단만 확인했으면 사상자가 줄어들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돈벌이에 급급하고 공무원은 대충대충 눈감으면서 끔찍한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대형사고였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한푼의 이익에 집착하는 업체나 무사안일에 젖은 행정기관에겐 일회성 사고일 뿐이었다.

하지만 더 황당한것은 정원의 두배를 태운것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오리발을 내밀며 은폐를 일삼는 그들의 뻔뻔하고 파렴치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부매일에 보도된 다음날에도 정원을 초과한채 운항을 지속했다는 것은 아예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의지를 보인것이다. 이는 행정기관의 묵인과 방조가 없이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관계당국에선 대형참사만 발생하면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호들갑을 떤다. 충주호관광선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타닉과 충주호관광선이 그렇듯 대형참사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안전불감증에 걸린채 설마하며 방심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불법운항에 대해 관계당국이 칼을 빼들지 않는다면 대형참사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난의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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