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 제2사회부장
90년대 중반까지 주택건설업계는 자전거타기식 경영이 성행했다. 자전거는 패달을 밟지 않으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대다수 주택건설업체가 끊임없이 신규사업을 추진한것은 이때문이다. 하다못해 아파트부지에 분양을 알리는 팻말이라도 박아놔야 은행으로 부터 차입금이 들어오고 회사의 수명은 연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대출은 결국 주택건설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분양이 되건말건 신규사업을 벌이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지만 한계점에 도달하면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

이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주택건설업체들이 간판을 내렸다. 한때 잘나가던 지역건설업체들이 빙하기이후 멸종된 공룡처럼 순식간에 사라진것도 이 때였다.

그 후유증의 흔적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눈에 띤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현대코아상가부지는 땅만 파헤친채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당시 지역 대표적인 주택건설업체인 진흥건설이 거액의 대출과 분양대금을 챙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베팅'했던 이곳은 회사의 몰락을 재촉했다.

또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에 위치한 S아파트는 완공된지 10년이 다됐지만 아직도 준공검사를 받지못했다. 이곳에 입주한 916세대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다. 임대보증금을 내달라고 하면 회사측은 '배째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자전거타기식 경영의 망령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올들어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은 신고되지 않은 소규모 단지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20만가구에 육박하고 주택업체의 대량부도설이 나도는등 주택시장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충청권도 1만7천572가구로 전년말 대비 60.2%의 미분양주택이 늘어났다.

희한한것은 이런상황에도 아파트 공급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분양가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역 주택시장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청주권 아파트시장에 불을 지핀 봉명동 현대아이파크의 3.3㎡당 분양가는 400만원 안팎이었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강서지구가 600만원대의 벽을 뚫었으며 대농지구 금호어울림과 신성미소지움은 7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뿐만 아니다. 초고층아파트인 지웰시티와 오송 힐데스하임은 3.3㎡당 900만원대에 분양하거나 분양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렇다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야 정상인데 그것도 아니다. 오창신도시 일부 아파트단지와 청주시내에 최근 준공된 아파트단지의 입주율이 워낙 낮아 밤에는 불꺼진창이 더 많다.

가장 최근에 분양했던 용암동 신성미소지움은 경품으로 자동차를 내걸고 미분양 소진에 나서고 있다. 이쯤되면 지역 주택시장이 얼마나 침체를 겪고 있는지 알만하다.

그런데도 내년초부터 흥덕구 모충동, 비하동, 복대동, 사창동, 상당구 용정지구, 문화동, 청원 오송지구등 청주시내 전역과 오송이 아파트공사장을 방불케할만큼 신규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아파트공급에 참여하는 업체만 13개에 총 1만192세대에 달한다.

물론 업체입장에선 밀어내기식 분양을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더 늦어지면 분양가상한제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여세대의 아파트를 지역실정에 비해 고가에 분양하겠다는 발상은 무모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지방보다 사정이 훨씬 낫다는 수도권조차 '중저가 아파트단지'가 등장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들업체의 '고가전략'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 주택시장논리를 따진다면 분양가는 훨씬 내려가는 것이 맞다. 시장을 외면한 무리한 주택공급의 종말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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