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주동안 청원군 현도면은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난치병 네남매를 둔 박관순씨 가정을 돕기위한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등이 굽어가는 아이들과 귀가 없는 딸, 원인도 알 수 없는 난치병을 앓는 아내.

한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형벌이 아닐까 싶을정도의 현실앞에 박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박씨는 네남매의 완치를 위해 백방을 뛰었다는 후문이다.

"아저씨가 아이들을 많이 예뻐하시고 애착 또한 남다르셨죠"

그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최근 모케이블 채널을 통해 본 17개월 된 희귀병 아이의 이야기도 박씨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아이가 목을 가눌수도 손발도 놀리지 못하지만 언젠가 나을거라는 희망에 꽃같은 새옷을 아이옷장에 사다 걸어놓는 부모를 보며 희망이 주는 힘을 절감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창원지법의 판결도 있었다.

13살과 11살의 중증장애 두 아들이 탄 승용차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된 사례가 나왔다.

판결문에는 "고귀한 생명을 경시하고 천륜을 저버린 행위라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11~12년간 양육해오면서 겪었을 정신·육체적 고통과 번민에 대해 장애자녀를 키워보지 않은 부모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공적 보호망이 완전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 삶의 궁지에 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고인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절망에 빠져 천륜을 끊어버릴 만큼의 그 고통을 감히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제우스가 모든 죄악과 재앙을 넣어 인간세상에 내려보냈다는 '판도라의 상자'

호기심에 열어 인간의 불행과 재앙이 쏟아져나왔다는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겨졌던 희망에 대한 신화를 오늘 다시 떠올려본다.

/ ej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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