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 제2사회부장
중견작가 이호철이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는 1966년도 작품이다.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이 베스트셀러가 출간된 당시 서울인구는 300만명 안팎이었다.

소설에서 서울은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기치고, 등쳐먹고, 속고, 속이고, 찐득찐득한 욕망이 여기저기 넘실대며, 체면치레와 안면몰수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묘사될 만큰 각박한 도시였다.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서울은 1천만명을 넘어섰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2천3782천명에 달한다. 전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절반에 육박(48.3%)하는 인구가 몰려사는 것이다.

수도권집중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심하다.

정확한 수치(2006년말 기준)로 비교하자면 일본이 32.6%, 프랑스가 18.7%, 영국이 12.5%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도권집중이 더욱 심화되면 됐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이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각종 수도권규제완화법안이 국회에 무더기로 쌓여있다. 여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때부터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키로 하는등 새 정부의 수도권 경쟁강화대책이 서서히 실체를 보이고 있는점도 눈에 띤다.

최근 한반대대운하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이슈는 '수도권규제완화'다. 지방사람들에겐 엄청난 경제적 파급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은 수도권규제가 완화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수도 있다.

사실 수도권규제완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이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줄달리기를 해온 해묵은 사안으로 양측은 서로 다른 논리로 '규제강화' 또는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국은행 분석은 수도권의 팽창과 성장이 지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작년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산업연관표'를 보면 수도권 성장이 다른 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수도권이 발전하면 비수도권으로 경제성장 효과가 파급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만 자립형 경제구조를 갖추고 나머지 지역들은 수도권에 의존하는 교역형 경제구조를 갖추게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은 규제완화 정도가 아니라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벌써부터 그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 수도권규제는 부분적으로 완화됐다. 전국을 5+2형식의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겠다는 인수위원회의 구상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지방은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없다. 광역경제권 재편도 검증이 안된데다 지역이익에 따라 광역자치단체간 이해가 엇갈렸던 수많은 사례를 감안하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조차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효율이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교수는 "수도권인구가 2011년에는 50.2%를 기록해 수도권과 지방인구 사이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에 고비용, 저효율 사회경제구조가 시작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선진국 진입의 열쇠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가 더 커지고 지역갈등은 심화, 확대될 지 모른다.

총선이 끝나면 이명박정부는 각 분야에 걸쳐 개혁드라이브에 시동을 켤것이다. 새정부의 경제비전으로 국가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를 기원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이 희생되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수도권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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